국내 연구진, 유해물질 ‘10억 분의 1’까지 잡는다…농약 실험해보니

재료연구소 연구진이 자체 개발한 유해물질 검출용 은나노 와이어 기판 소재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 재료연구소 제공

국내 연구진이 식품에 남아 있는 농약 성분이나 물에 들어 있는 유해물질 등을 분자 단위까지 정밀하게 실시간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동호, 박성규 재료연구소 박사팀은 은나노 와이어를 이용해 식품이나 인체, 자연 환경 속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10억 분의 1 농도까지 검출할 수 있는 기판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식품 및 인체, 환경 유해물질들을 검사하는 데 주로 쓰이는 방법은 시료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질량분석기 등을 이용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최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유해물질을 검사할 수 있는 휴대용 광학 분석장치가 개발되고 있지만 핵심 부품인 기판 성능이 불안정하고 제작 방법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진은 나노구조 사이에 생긴 공간에 빛이 들어오면 증폭된다는 점에 착안해 미세한 유해물질과 빛이 만날 때 생기는 신호를 증폭시키는 은나노 와이어 기판을 만들었다. 특히 이 기판은 은나노 와이어가 들어 있는 잉크를 필터에 걸러주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어서 반도체 공정을 이용하는 기존 기판보다 제작하기 쉽고 제조비도 훨씬 저렴하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판을 시중에 나온 휴대용 라만분석기에 적용해 성능을 실험한 결과 유해물질을 ppb(10억 분의 1) 농도 수준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박사는 “기존 기판과 비슷한 성능의 기판을 값싸고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제 검출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환경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5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jxabb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