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카페인처럼 强하다… 일상 위협하는 ‘셀피 중독’ 적극적 ‘중독치료’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운전 중에 사진을 찍거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은 교통사고 확률을 높이는 등 매우 위험하다. 동아일보DB
운전 중에 사진을 찍거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은 교통사고 확률을 높이는 등 매우 위험하다. 동아일보DB
직장인 김모 씨(28)의 최대 관심사는 셀피(Selfie·자신의 모습을 직접 찍는 것 또는 찍은 사진)다. 어디를 가더라도 조명이 좋은 곳을 찾게 되고, 친구를 만나거나 회식을 하는 중간에도 자신의 얼굴 사진을 찍는다. 특히 셀카봉을 구입한 후로는 자전거를 타거나 운전을 하는 등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진을 찍곤 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면 주변의 반응이 어떤지 매우 궁금해 한다. 긍정적 의견이 많으면 그날의 기분이 좋아지지만, 특별한 반응이 없으면 우울감에 시달린다.

셀피 중독은 카페인 중독으로 연결


요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 물건이 있다면 바로 스마트폰이다. 말 그대로 스마트폰 중독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새로운 중독 현상으로 이어지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셀피 중독이다.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약 3억5000만 장의 셀피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1초당 4000장꼴이다.

또 셀피 중독은 이른바 ‘카페인’ 중독을 낳았다. 카페인은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앞 글자를 딴 말로 SNS를 의미한다. 카페인 중독은 이 같은 SNS에 셀피를 올리고 그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을 뜻한다. 또 다른 말로는 셀피티스(Selfitis)라고도 한다.

서정석 건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독포럼 이사)는 “셀피나 카페인 중독은 자기애의 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면 여러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셀피를 찍지 못할 때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SNS에 셀피를 게시한 뒤 주변의 반응에 따라 감정 기복이 심하다면 병적인 수준의 중독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절벽 끝이나 철로, 고속도로 등 위험한 장소에서 셀피 촬영을 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동아일보DB
높은 절벽 끝이나 철로, 고속도로 등 위험한 장소에서 셀피 촬영을 하는 건 절대 금물이다. 동아일보DB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셀피티스

셀피와 카페인 중독으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은 크게 2가지다. 우선 남들보다 독특한 셀피를 찍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 미국에서는 모녀가 국립공원에서 들소들과 함께 셀피를 찍다가 소에게 엉덩이를 들이박아 몇 미터를 날아갔다가 떨어져 부상을 당한 사건도 있었다. 러시아에서는 한 소녀가 권총을 들고 셀피를 찍으려다 오발로 숨지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셀피 촬영을 위해서라면 높은 절벽 끝이나 철로, 고속도로 등 위험한 장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위험한 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셀피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셀피와 카페인에 중독된 이들은 SNS에 셀피를 게시한 순간부터 주변 반응에 실시간으로 집착한다. SNS에서 자신이 촬영한 셀피가 타인의 공감과 호응을 얻으면 일종의 보상심리를 느끼면서 서서히 중독돼 더 위험한 셀피 촬영을 감행하고, 타인의 반응 하나하나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회는 하루 3번 이상 셀피를 찍는 것을 ‘경계 셀피티스’, 하루 3번 이상 셀피를 찍은 후 SNS에 게시하는 것은 ‘급성 셀피티스’, 하루 6번 이상을 촬영하고 게시하는 수준을 ‘만성 셀피티스’로 규정했다.

셀피로 인해 항상 불안… 중독 치료 받아야

셀피와 카페인 중독이 심각해지자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훌륭한 셀피는 당신의 목숨을 대가로 한다’는 내용의 안전 캠페인을 진행했다.

벨기에는 △7세 이하 어린이는 휴대전화 모델 활동을 금지하고 △휴대전화 판매 시 전자파의 인체 흡수율을 공개하도록 하며 △전자파 수치 감소 방안 포스터를 게재하는 등 어린이의 스마트폰 접근을 최대한 차단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6세 미만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 유통을 금지한다. 미국소아과의사학회에서는 △2세 이전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2세 이후에도 2시간 이내로 한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 및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초중고교에 중독 예방 전문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노력이나 관련제도는 절대 부족한 상황.

한편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중독포럼이 주관하는 ‘중독예방 국제석학포럼’이 27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 세쿼시아&파인에서 열린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 홍콩, 인도 등 세계 각국의 중독 분야 석학과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모여 중독 예방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서 교수는 “셀피와 카페인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기고 우울, 불안, 초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중독을 의심해야 하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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