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고도비만 치료… 그래도 수술요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9일 03시 00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고도비만 수술 안전 강화’ 회의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근육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내장 비만이 많아 비만 수술의 기준도 서양인과 다르게 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동아일보DB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근육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내장 비만이 많아 비만 수술의 기준도 서양인과 다르게 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 씨. 최근 검찰 조사에서 그는 비만 수술 후 생긴 후유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록 그가 비만 수술 과정에서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후유증에 시달렸고 이로 인해 다시 수술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도 안전성 논란의 불을 지폈다.

비만 수술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8일 ‘고도비만 수술 안전강화’를 주제로 한 고도비만 수술 관련 전문가 회의를 열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만 수술은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 말 그대로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며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비용 대비 효율적이다.”고 강조했다.

체중감소율 비수술 5.33%, 수술 20∼26%

2013년 현재 국내의 BMI 30 이상 고도비만 환자는 약 180만 명, 35 이상의 초고도비만 환자는 약 24만 명으로 추산된다. 비만 수술 대상 기준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의 경우 BMI 35kg/m² 이상이거나, 30kg/m² 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심각한 동반 질환을 가지고 있을 때로 잡고 있다.

권진원 경북대 약대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의 효과를 1년간 비교 분석해 보니 수술 치료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보면 비수술 치료의 경우 체중 감소율이 평균 5.33%에 불과했지만, 수술 치료(위밴드삽입술, 위우회술, 위소매절제술)는 20∼26%에 이르렀다. 체중이 10% 이상 줄어든 환자의 비율도 비수술 치료는 35%였지만, 수술 치료는 80∼100%나 됐다. 평균 BMI 감소치는 비수술 치료는 1.87kg/m²였지만 수술 치료는 7.97∼11.37kg/m²였다.

합병증 발생률 6% 미만, 사망률 0.1% 내외

박성수 고려대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및 대사비만센터 교수는 “비만 수술은 30일 이내 합병증 발생률이 6% 미만이고 사망률 역시 0.1% 내외에 불과하다”며 “특히 위밴드삽입술은 합병증 발생률이 1.44%, 사망률은 0.05%로 매우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자료에 따르면, 비만 수술을 받은 환자 470명 중 85%가 위밴드삽입술을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안전해서’였다.

또 동반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도 뛰어났다. 해외 자료에 따르면, 비만 수술을 받은 뒤 제2형 당뇨병이 완치된 환자가 76.8%나 됐다. 고지혈증이 호전된 환자는 70% 이상이었고, 고혈압이 완치된 환자는 61.7%, 수면무호흡증이 완치된 환자는 85.7%였다.

강재헌, 신고은 인제대 서울백병원 교수도 “고도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치료는 결과적으로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며 “수술 이후 심혈관 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50∼60%, 암 관련 사망률이 46%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인 등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근육량이 적고 체지방이 많으며 내장 비만과 복부 미만의 형태를 띄고 있으니, 따라서 비만 수술 대상의 기준은 다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의료진도 잘 몰라

이처럼 비만 수술이 체중 감량은 물론이고 동반 질환에 대한 개선 효과가 좋고 안전한데도 수술을 꺼리는 이유는 뭘까. 허윤석 인하대병원 외과 교수는 “비만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1차 의료기관의 비만 관련 치료를 하는 의사 94명을 대상으로 수술과 비수술 중 어느 치료법을 권하겠느냐를 묻는 질문에 수술을 택한 의사는 28명에 불과했다.

비수술을 택한 의사 66명에게 수술을 권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절반인 33명은 “비만 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서”라고 답했다. “수술에 의존하면 일상에서 운동이나 식이조절 등 비만 관리에 소홀할 수 있다”는 답변이 13명(19.7%), “비만 수술은 이익보다 위험이 크다”는 답변이 10명(15.2%) 순이었다.

하지만 허 교수는 “모든 비만은 단계별로, 그리고 동반되는 합병증별로 적절한 치료법이 있다”며 “비만 수술은 과체중인 사람에게 체중관리와 미용을 위해 하는 게 아니라 정말 고도비만 또는 심각한 합병증이 있는 사람에게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비만 수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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