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보건안보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GHSA)’ 고위급 회의가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26개국 장·차관급 각료를 포함한 47개 국가의 대표와 국제연합(UN), 세계보건기구(WHO) 등 9개 국제기구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보건 분야 회의다.
특히 마지막 날 장관급 회의에서 개최국인 한국이 의장을 맡아 보건안보를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과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국제적 공조체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감염병 분야에서 국제사회 최초로 합의된 약속인 ‘서울선언문(Seoul Declaration)’이 참여국의 전폭적인 지지로 채택됐다.
이번 서울회의를 통해 전 세계가 확인한 것은 보건 이슈를 안보적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중세 유럽을 뒤흔들었던 페스트, 신대륙의 원주민을 위협한 천연두, 20세기 초 악명을 떨친 스페인독감 등은 감염병이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신종인플루엔자,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을 볼 때 감염병과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요즘과 같은 글로벌 사회에서는 감염병 출현이 순식간에 인류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GHSA는 이런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모아 대응하자는 논의의 협의체다. 발생 정보의 공유, 백신 개발, 의료진 협력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협력해야 한다.
이번 서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GHSA 참가국 간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내년부터 5년간 총 1억 달러 규모의 재원을 투입하는 ‘모두를 위한 안전한 삶(Safe Life for All)’ 구상을 발표했다. 또 ‘서울선언문’을 통해 감염병의 예방과 탐지, 대응을 위한 글로벌 차원의 행동 계획 11개를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또 미국과 스웨덴, 우간다, 칠레, 페루 등의 장관과 만나 보건외교를 활발히 전개해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서울회의는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우리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먼저 보건안보 문제는 사회 각 분야에 미친다는 점을 정부와 전문가 그룹은 물론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특히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정부 전체가 합심해 감염병 위협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확대 개편되는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이번 회의에서 마련된 전 세계적인 공조 체계를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개발도상국에 대한 보건안보 관련 지원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메르스 이후 방역 대책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우는 한편 세계 각국과 협력해 글로벌 감염병 방역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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