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과 백혈병 등 여러 암 치료에 쓰는 항암제 ‘에토포시드(Etoposide)’. 이 약물은 처음부터 온전히 새로 합성할 수는 없고 식물추출물을 이용해 만든다. 이는 에토포시드 합성에 필요한 주재료(전구체)를 합성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항암제 에토포시드의 전구체인 ‘포도필로톡신(podophyllotoxin)’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 ‘사이언스’ 11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포도필로톡신을 생산하는 ‘메이애플’이라는 식물에 주목했다. 이 식물은 산지에 살며 사과 같은 빨간 열매를 맺는다. 연구팀이 메이애플의 유전체를 조사한 결과 포도필로톡신 합성 효소를 만드는 6개 유전자를 찾았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포도필로톡신의 6단계 합성 경로가 밝혀진 셈이다.
연구팀은 메이애플에서 발견한 유전자를 꺼내 담배에 넣었다. 메이애플은 매우 더디게 자라는 반면 담배는 실험실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또 담배가 포도필로톡신을 더욱 잘 생산하도록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 4개를 더 넣어준 결과 담배 잎에서 합성된 포도필로톡신을 얻을 수 있었다.
연구를 진행한 엘리자베스 새틀리 교수는 “사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식물에서 분리하고 합성경로를 밝히는 것이 관심분야”라며 “식물이 물질을 합성하는 경로를 따라 생합성을 설계하면 물질을 보다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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