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항암제로 전이 암 잡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4일 03시 00분


로슈 ‘2015년 종양학 미디어 데이’

8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종양학 미디어 데이’에서 이 회사의 주요 관계자들이 면역 항암제의 효용성과 시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슈 제공
8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종양학 미디어 데이’에서 이 회사의 주요 관계자들이 면역 항암제의 효용성과 시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슈 제공
“확률적으로 볼 때 여기 계신 분들의 3분의 1은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3분의 2는 가족, 친척, 친구들이 암에 걸리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8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스위스 바젤에 있는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 본사에서 열린 ‘2015년 종양학 미디어 데이’에서 이 회사의 세베린 슈완 회장은 우울한 전망으로 개회사를 시작했다.

세계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약사가 전 세계 주요 언론사들을 초청해 암 치료제의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미래 전망을 내놓는 행사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설명은 현재와 미래 암 환자들에게 충분히 희망을 주는 주제였다. 바로 차세대 혹은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 항암제’에 대한 전망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슈완 회장을 비롯한 로슈의 주요 관계자들은 면역 항암제에 대해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써가며 효용성과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현재 의료계에서 주를 이루는 1세대 항암제(암 세포와 일반 세포를 동시에 공격)와 2세대 표적 항암제(암 세포를 집중 공격)의 경우 이미 전이된 암에 대해선 완치를 사실상 포기한다. 전이 암의 경우 생명 연장과 증세 완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면역 항암제는 전이된 암을 완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1, 2세대 항암제와 확실히 구별되는 면역 항암제의 작용 방식 때문이다.

암이 생기고 나아가 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인체 내 면역 체계에서 면역세포(T세포)가 ‘비정상적 세포’인 암 세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결국 기존 항암제들은 T세포를 대신해 암 세포를 공격하는 역할을 했지만 암세포 내성 발생 등 한계가 여전하다.

반면 면역 항암제는 T세포의 활동을 자극하고, 암 세포를 인지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체 고유의 면역 반응을 높여 T세포가 지속적으로 암 세포를 인지하고 집중적으로 공격하게 유도하는 것. 이에 현재 활동 중인 암 세포를 죽이는 건 물론이고 부작용과 재발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다니엘 오데이 로슈 제약부문 최고운영자(COO)는 “면역 항암제는 인체가 지닌 최고의 방어 무기인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암과 싸우기 때문에 기존의 치료법보다 훨씬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며 “면역 항암제를 다른 약물들과 조합해서 사용할 경우 더욱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슈는 올해 11개의 면역 항암제에 대해 3상(단계) 임상시험(시장 출시 전 단계)을 진행 중이다. 이 중에는 현재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분류되는 방광암과 폐암에서 두드러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슈완 회장은 “5년 안에 다양한 면역 항암요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475억 스위스프랑(약 57조8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로슈는 매년 10조 원 이상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슈가 개발한 대표적인 항암제로는 허셉틴(유방암)과 아바스틴(혈관 형성을 억제하는 대장암 치료제) 등이 꼽힌다.

바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항암제#암#종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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