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중략) 나는 곧 하이드라진을 자극할 것이다.”
8일 개봉하는 영화 ‘마션’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화성 표류기다. 소설에서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불의의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겨진 뒤 구조대가 도착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이 마실 물과 농사에 사용할 물을 만들기 위해 로켓 연료인 하이드라진에서 수소를 분리해낸다. 수소에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고 화성기지는 만신창이가 된다. 만약 마크가 화성에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됐을까.
○ “화성 임무는 물을 쫓는 것”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에서 액체 상태의 흐르는 물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그간 인류의 우주 탐사에서 물의 존재는 각별했다. 특히 액체 상태의 물은 더욱 귀한 대접을 받았다.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얼음이나 수증기가 아닌 액체 상태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NASA 관계자는 “화성 탐사의 목적은 우주 생명체를 찾아 물의 존재를 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는 “극한 환경인 우주에서는 생명체가 살기 좋은 행성이 존재하기 어려운 만큼 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까다로운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 공간에서는 여러 물질이 모여야 물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곳에서 항성(별)이 탄생하기라도 하면 강렬한 빛에너지 때문에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고 만다.
한 교수는 “항성이 만들어지고 남은 먼지들이 항성에서 오는 빛을 가리는 효과를 내면서 우주 공간에 일종의 ‘응달’이 생긴다”며 “응달 지역에서 물질이 뭉쳐지면서 물을 머금은 소행성이나 혜성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다른 행성에 물을 배달한다”고 설명했다.
○ 유로파에는 수심 100km 바다 존재
우주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는 화성 외에도 목성의 위성 유로파,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 등이 꼽힌다. 유로파는 평균 지름이 약 3121km로 달과 크기가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얼음으로 덮인 유로파 표면 아래에 수심 100km에 이르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3년 12월에는 유로파 표면에서 200km까지 치솟는 물기둥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사이언스’에 실렸다.
NASA는 유로파를 탐사하기 위해 2022년경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탐사선은 유로파 상공 25∼2700km의 다양한 고도에서 45회 비행하며 관측한 자료를 지구로 전송한다. 유로파 클리퍼에는 고해상도 카메라와 얼음을 뚫고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레이더가 탑재되며 자기장 센서를 이용해 바다의 깊이와 염도를 확인할 수 있다.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에도 얼음으로 덮인 표면 아래에 바다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엔켈라두스에서는 2005년 이후 물이 뿜어져 나오는 간헐천이 수차례 관측됐으며 위성의 중력을 조사한 결과 현재는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바다가 있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 밖에 가장 큰 소행성으로 꼽히는 세레스의 경우 질량 중 25%가 얼음 상태의 물인 것으로 추정되며 명왕성 또한 물로 이뤄진 맨틀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우주에서 가장 오래된 물은 지구로부터 120억 광년 떨어진 퀘이사 ‘APM 08279+5255’ 주변에 형성된 성운에 있는 것으로 우리 은하계가 가진 물의 4000배, 지구 바닷물의 140조 배에 이르는 물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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