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세균집단 기능에 이상 생겨 면역세포 양 비정상적으로 변화
소아 당뇨-류머티스 관절염 원인… 감염성 질환에 평생 시달릴 수도
항생제 오남용은 세계적으로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는 보건 이슈다. 국내에서는 모든 연령 중에서 10세 미만 어린이에게 항생제를 가장 많이 처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장내 세균이 발달하기 전이어서 항생제 사용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보고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조일승 미국 뉴욕대 교수팀은 아기에게 처방한 항생제가 자칫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2012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젖을 갓 뗀 생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했더니 배설물의 열량은 줄고 비만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쥐의 배설물에서 장내 세균집단(세균총)을 뽑아내 무균 생쥐에게 이식했더니 몸무게가 늘었다.
연구진은 항생제 때문에 장내 세균총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음식물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젖을 빠는 생쥐에게 항생제를 먹였을 때 더 두드러졌다.
아기일 때 항생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음식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캐스린 네이글러 미국 시카고대 의대 교수팀은 어린 생쥐에게 항생제를 처리했더니 음식 알레르기에 민감해졌다고 지난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면역계는 장내 세균총과 함께 발달하는데 세균총에 변화가 생기자 면역세포의 양이 비정상적으로 바뀌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과학자들은 소아 당뇨병과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아이에게 발생하는 원인도 항생제로 인한 장내 세균총의 변화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유아가 항생제 때문에 감염성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항생제가 세균을 죽이는 만큼 장내 세균총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볼커 마이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팀은 괴사성 장염이 발생한 신생아들이 주로 항생제를 처방받았으며, 이 경우 장내 세균총의 다양성이 감소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2011년 미국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항생제를 투여하는 기간이 길수록 장내 세균총의 회복도 느려지고, 이런 상황이 오래 반복되면 장내 세균총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고착될 수 있어 평생 감염성 질환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최근 장내 세균의 변화를 손쉽게 모니터링하는 기술이 개발돼 아기에게 항생제를 사용할 때 장내 세균이 얼마나 변했고 얼마나 정상 상태로 회복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장내 세균이 회복되는 시간을 단축하려면 유산균 등을 추가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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