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은 입원 환자를 돌봐주는 사람을 뜻한다. 대개 개인 간병인을 말하지만 간병인 1, 2명이 한 병실의 환자 모두를 돌보는 공동 간병인도 있다. 이 경우 병실 환자들이 간병비를 나눠서 낸다. 홀몸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인 환자가 간병인이 필요하다면 병원의 사회사업과를 통해 하루 8시간의 무료 간병인을 알선받을 수도 있다.
어느 치매 환자의 딸이 있었다. 수시로 찾아와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같이 산책을 하고 직접 목욕도 시키는 등 효심이 지극했다. 하지만 딸은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녀야 했기에 평일엔 주로 개인 간병인을 썼다. 그런데 그 간병인이 간병비 외에 추가 비용을 요구했고, 딸은 자신이 간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 요구를 들어줬다고 한다.
보통 개인 간병비는 24시간 간병에 식대를 포함해 하루 7만∼8만 원이다. 가래를 뽑고 위장관 급식을 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환자는 합의하에 다소 금액을 조정한다. 하지만 그 외의 돈을 요구하는 건 가족을 우롱하는 처사다. 이 같은 상황에 불만이 있었지만 환자의 딸은 간병인을 병원 소속으로 알고 불만을 토로하지 못했다고 한다.
간병인은 병원 소속이 아니다. 간병인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환자나 보호자는 당당히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필자가 딸을 불러 이런 사실을 알려주고 간병인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도록 설득했다. 또 그 간병인은 필자가 다니는 병원에 발붙이지 못하게 조치를 취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간병인이 올 때마다 보호자와 간병인을 불러 간병인 서약서에 각자 서명을 하고 서약서를 나눠 가지도록 한다. 간병하지 않는 날에 간병료를 받지 않고 추가 비용을 받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간병인 근무 수칙’도 배부한다. 하지만 간병인이 몰래 보호자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한다면 담당 간호사도 모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간병인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담당 간호사나 병동 책임 간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 일이 있은 후 필자는 간병인을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대부분의 간병인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은 간병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간병인이 올 경우 해당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세상은 넓고 간병인은 많다. 문제를 일으키는 간병인보다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열심히 돌보는 훌륭한 간병인이 훨씬 많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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