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나 의료 장비 등에 항균 효과를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은나노 입자가 자칫 생식세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진회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은나노 입자가 생식세포와 임신 중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원인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시험관에 생쥐 정자를 넣고 은나노 입자에 노출시켰더니 정자 머리 부분에 폭탄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인 홈이 군데군데 생겼다. 또 꼬리 부분이 서로 연결되거나 모양이 바뀌면서 불량 정자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불량 정자를 인공적으로 난자와 수정시켰더니 정상 수정란에 비해 태아와 태반으로 자랄 수 있는 세포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수정란은 착상이 되더라도 잘 자라지 못하고 유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발정기에 들어간 생쥐 암컷과 수컷에게 은나노 입자를 먹게 했더니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세포가 대부분 죽어 수정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결과를 사람에게 비교한다면 유산이 너무 일찍 일어나 임신과 유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단순히 생리 주기가 지연된다고 여길 수 있다”며 “결국 습관성 유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나노물질과 나노제품에 대해 유통 전에 승인을 받게 하거나 표시 의무를 부여하는 등 규제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나노제품 표시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관련 논문 4편을 독성학 분야 전문지 ‘나노톡시콜로지’ 15일 자와 ‘국제나노의학지’ 5일자, ‘사이언티픽 리포트’ 등에 연달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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