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한일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의 주도로 승승장구하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연구가 최근 임상 단계에서 주춤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체세포 복제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새로운 성과를 내며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 日 iPS세포, 두 번째 임상수술 취소
일본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겨준 iPS세포 연구는 지난해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지난해 9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노인성 망막황반변성증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iPS세포를 얻은 뒤 망막세포로 만들어 환자에게 다시 이식하는 시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두 번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중단된 상태다. 환자의 피부세포로 만든 iPS세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발암 유전자가 포함돼 있어 연구팀은 환자에게 이식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iPS세포를 처음으로 개발한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iPS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것이 암으로 연결될 위험성은 낮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을 이끈 다카하시 마사요(高橋政代) RIKEN 프로젝트 리더는 “돌연변이 조절 방법을 확인하는 중이며 향후 환자 본인의 피부세포가 아닌 건강하고 젊은 사람의 피부세포로 만든 망막세포를 5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韓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성공률 높여
국내에서는 체세포 복제 방식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이동률 정영기 차의과대 교수팀은 성인 남성의 피부세포를 핵을 제거한 난자와 결합해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다. 2013년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팀이 아기의 피부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성인의 피부세포로 성공한 것은 국내 연구진이 처음이었다.
29일 이 교수팀은 이장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체세포 복제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체세포 복제 과정에서 ‘히스톤’ 단백질에 메틸기를 붙이는 효소 때문에 배아 발생에 관련된 유전자가 억제돼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효소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물질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난자 56개에서 배아줄기세포 4개를 얻으며 성공률 7.1%를 기록했다. 지난해 난자 77개를 써서 배아줄기세포 2개를 얻었던 것(2.6%)과 비교하면 성공률을 3배 가까이로 끌어올린 셈이다. 연구 결과는 ‘셀’의 자매지 ‘셀스템셀’ 30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교수는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치료에 활용한다면 자신의 세포를 그대로 쓴다는 점에서 면역억제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며 “망막질환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줄기세포로 만드는 데도 성공한 만큼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배아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는 연구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7개 센터에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를 임상시험에 적용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 교수는 “현재의 기술적 우위를 치료제 개발까지 유지하려면 결국 시간 싸움”이라며 “일본은 줄기세포 치료제 승인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