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 쿼크… 현대물리학 용어 사전? NO, 걸그룹의 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브라운아이드걸스’ 새 앨범 화제
10곡 중 7곡 제목이 물리학 용어, 가사에 전자-쿼크 같은 단어 난무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가 5일 발표한 앨범 중 ‘웜홀’의 뮤직비디오에서 웜홀이 그려진 그림을 들고 있다(위). 이번 앨범에는 ‘신의 입자’ ‘Wave’ 등 물리학에 관련된 노래 제목이 유독 많다(아래). 에이팝 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멤버가 5일 발표한 앨범 중 ‘웜홀’의 뮤직비디오에서 웜홀이 그려진 그림을 들고 있다(위). 이번 앨범에는 ‘신의 입자’ ‘Wave’ 등 물리학에 관련된 노래 제목이 유독 많다(아래). 에이팝 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의 입자’, 아토믹(atomic), 웜홀, 프랙털….

10년 차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가 5일 발매한 새 앨범에 담긴 10곡 가운데 7곡의 제목이 물리학 용어로 도배됐다. 가사에는 전자, 쿼크 같은 입자물리학 용어가 난무한다. ‘다들 찾아내지 못하지, 니 마음속 쿼크의 장난’ 같은 식이다. 앨범을 제작한 조용철 프로듀서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양자역학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열심히 봤다”고 밝혔다.

신의 입자는 힉스의 별칭이다. 힉스는 1964년 영국의 피터 힉스 박사 등 물리학자 6명이 존재를 처음 예측했지만 존재하는 시간이 워낙 짧아 직접 힉스를 관측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48년 만인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이용해 마침내 힉스를 발견했다.

힉스는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기본 입자로 자연계를 구성하는 입자 12개(쿼크 6개, 렙톤 6개)와 이들 사이의 상호작용(힘)을 매개하는 입자 4개와 함께 현대 물리학의 근간이 된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표준 모형에 있는 16개 기본 입자의 질량을 힉스가 결정하는 만큼 힉스의 가치는 대단하다”며 “이런 가치와 ‘신의 입자’라는 그럴듯한 별명이 더해져 해외에서는 이미 동명의 밴드가 결성돼 활동하는 등 힉스는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입자”라고 말했다.

양자역학적 세계관도 투영됐다. 3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드레스 사진에서 시작된 색깔 논란이 계기가 됐다. 동일한 대상을 보고 서로 다르게 인지하는 이유가 뭔지 의문을 품으면서 ‘측정’이라는 행위를 양자역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게 됐다. 양자역학에서는 측정하는 행위 자체가 측정 대상에 영향을 미쳐 전자와 중성자 같은 미세한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된다.

조 프로듀서는 “측정과 실재에 대해 고민하면서 대중과 이런 고민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주사위놀이’ ‘Light(빛)’ ‘wave(파동)’ 같은 노래가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주사위놀이는 아인슈타인의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차용한 것으로 우연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에 대한 불신을 의미한다.

토머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주장한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도 노랫말에 들어 있다. 쿤은 과학이 발전이 아니라 완전히 뒤바뀌는 혁명을 거듭하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이런 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을 패러다임 전환으로 표현했다. 가령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으로의 전환은 과거의 학설을 부정하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물리학 등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대중문화의 핵심인 대중가요에도 물리학이 모티브로 쓰인 것 같다”라며 “젊은 세대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에서도 최근 과학과 관련된 콘텐츠의 인기가 크게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쿼크#브아걸#브라운아이드걸스#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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