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검사와 수술 등을 할 때는 반드시 환자 본인 또는 가족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환자는 동의서를 작성하기 전 의료진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기존의 병력 및 복용하는 약 등 현재 본인의 몸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알려야 한다. 이는 혹시 생길지 모를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절차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체질은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해서 다른 이에게 아무렇지 않은 약물 하나가 또 다른 이에게는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영제는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려움증이나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아주 드물긴 하지만 심장마비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검사에 대한 동의를 하기 전 알레르기나 천식이 있거나 과거 해당 약물에 대한 부작용이 생긴 적이 있다면 반드시 미리 알려야 한다.
환자 가운데 “옆 사람과 병명이 같은데 왜 약은 다르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마다 감수성(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항생제는 어떤 이에게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항생제는 사용하기 전 희석한 미량의 약물을 피부에 바르는 감수성 검사를 해야 한다. 맞으면 아무 반응이 없지만 맞지 않으면 피부에 빨갛게 반점이 생긴다. 항생제가 바뀔 때마다 매번 피부 반응 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환자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또 위, 대장 내시경 검사나 수술을 앞두고 아스피린이나 항혈전제, 항응고제 등을 복용하고 있다면 최소 5일 전에는 끊어야 한다. 몸에 남아 있는 이런 약물이 지혈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 약을 끊은 경우라도 검사나 수술 전 동의서를 작성할 때 이 같은 약물을 최근까지 복용했음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
의료진이 검사나 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작성할 때 환자 상당수는 미리 겁을 먹고 위축된다. 하지만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우선 의료진이 설명하는 주의점을 꼼꼼히 들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하고 이해해야 한다. 바쁜 의료진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해 묻지 못했다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의료진은 무엇이든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궁금한 점이 없도록 묻고 이해한 후 치료를 결정하는 건 환자의 권리다. 치료하는 건 병원이지만, 그 중심에는 본인이 받는 치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결정하는 ‘성숙한’ 환자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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