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제’ 수컷 들쥐가 바람 피우는 이유? 알고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1일 1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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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펠프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통합생물학과 교수팀은 대초원 들쥐(prairie vole) 중 바람기가 많은 수컷은 그렇지 않은 수컷에 비해 나쁜 단기 기억력 때문에 집을 찾지 못하고 다른 암컷과 바람을 피운다고 학술지 ‘사이언스’ 11일자에 발표했다.

대초원 들쥐는 일반적으로 일부일처제 사회를 이루는 동물이다. 그런데 일부 수컷 쥐는 바람을 피우고, 다른 수컷 쥐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연구팀은 주목했다.

배우자에게 충실한 수컷 쥐와 바람기가 많은 수컷 쥐의 유전자를 비교한 결과, 뇌의 단기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에 관련하는 유전자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유전자가 다른 만큼 뇌의 발달도 다르게 나타났다. 외도를 일삼는 수컷 쥐는 결국 나쁜 단기 기억력 때문에 제 집을 찾지 못하는 탓에 다른 쥐의 보금자리에서 바람을 피운 것이다.

연구팀은 “일부 수컷 쥐의 나쁜 기억력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닌 ‘자연 선택’의 결과라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진화한 번식 형태”라고 설명했다. 나쁜 기억력 때문에 제 집을 찾지 못하고 다른 암컷 쥐와 교미를 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바람을 피우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자신의 배우자 또한 다른 기억력 나쁜 수컷 쥐와 바람을 피울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자신이 키우는 새끼는 제 새끼가 아닐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한 배우자에게만 충실한 수컷은 자신의 새끼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에 따라 성격이 바뀌는 것은 대초원 들쥐만의 특이점이 아니라 자연에 존재하는 흔한 일일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종에서 이런 특징들이 발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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