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1등’ 먹거리 ‘기술 1등’으로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OLED등 9개 기술 선정, 정부차원 전략적 지원

‘올레드’로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TV나 휴대전화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한국은 오랫동안 OLED 시장 1등을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물량 공세로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 1등 자리를 지키고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기술에서 꾸준히 1등을 차지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는 11일 열린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국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개발 지원 방안’을 확정하고 ‘시장 1등을 기술 1등으로’ 사수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 “OLED, 잘나간다고 R&D 줄여선 안 돼”


이번 방안은 현재 유망한 산업기술 가운데 9개를 골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는 OLED를 포함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고용량 2차전지, 메모리 반도체, 초광대역 유무선 네트워크, 5G 통신, 중소형 원자로, 시스템 반도체,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등이 선정됐다. 대부분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가 바짝 추격하고 있어 ‘위기론’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OLED 시장은 해마다 9% 이상 성장해 2021년에는 약 23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일본이 올해 1월 정부 주도로 소니 파나소닉 JDI 등 3개 회사의 OLED 사업을 하나로 묶어 ‘JOLED’를 설립하고, 중국 정부도 지난해 육성 계획을 발표하며 1위 뒤집기에 나섰다.

이정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프트 I/O인터페이스 연구실장은 “OLED 분야는 대기업에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정부 차원의 신규 연구개발(R&D) 과제가 대폭 줄면서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며 “휘어지는(플렉시블) 소재와 부품, 조명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향후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휘어지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휘어지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시장 40% 차지하는 2차전지, 소재 수입 1조원 특허료 수백억 원

“국내 기업이 2차전지 핵심소재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간 1조 원에 이르고, 특허료 지출도 수백억 원이 넘습니다.”

휴대용 전자기기 등에 들어가는 소형 리튬 2차전지 시장에서 한국은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저가 제품이 품질을 높이며 공급을 늘리고 있다. 더구나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 2차전지 시장은 일본이 이끌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준 전자부품연구원 차세대전지센터장은 “주요 소재에 대한 국산화가 절실하며 동시에 중대형 2차전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과 고화질 콘텐츠가 늘면서 현재보다 전송 속도와 용량이 1000배 더 빠른 초광대역 유무선 네트워크와 5G 통신 기술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유무선 인프라는 세계적 수준이며 무선 관련 특허에서도 세계 출원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현재 세계 통신시장을 주도하는 해외 업체들이 차세대 네트워크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지 않고 있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훈 ETRI GIGA(기가) 통신연구1실장은 “통신과 관련된 기술은 매우 다양해 대기업이라고 해도 일부를 개발하는 데 그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기술을 개발해 국제표준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성장 원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대 기술에 대해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며, 테스트베드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지원할 계획이다.

최종배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이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고, 기술 선진국들은 신기술 개발이나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기술력과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최고 수준의 기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민간과 합심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oled#올레드#첨단#플렉시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