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가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의 혁신적인 기술(Breakthrough of the Year)’ 10개 중 최고 성과로 뽑혔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는 말라리아를 옮기지 않는 모기를 개발했고, 중국 광저우 생물의약건강연구원은 근육 발달 억제 유전자인 ‘마이오스타틴’을 제거해 근육량을 2배 이상 늘린 개(비글)를 탄생시켰다. 미국 하버드대는 인간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돼지의 DNA 조각 62개를 한 번에 잘라내는 데 성공해 돼지와 인간 간 장기 이식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중국 광저우 중산대 연구진이 인간의 배아에 크리스퍼 기술을 처음 적용하면서 윤리적인 논란도 일었다. 연구진은 배아 86개 가운데 71개를 살렸고, 그중 28개 배아에는 크리스퍼를 이용해 유전자 편집을 성공시켰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서울대 화학과 교수)은 “중국, 영국, 미국에서는 배아를 대상으로 한 크리스퍼 실험이 불법은 아니다”면서도 “크리스퍼 기술의 주된 관심은 인간 배아가 아니라 체세포에 적용해서 유전자나 세포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 투표 1위를 차지한 명왕성. NASA 제공3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왜소행성 ‘세레스(Ceres)’에 첫발을 디딘 미국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돈(Dawn)’과, 7월 인류 역사상 가장 가까이 명왕성에 다가간 탐사선 ‘뉴허라이즌스(New Horizons)’의 성공에 힘입어 사이언스는 올해를 ‘왜소행성의 해’라고 평가했다. 뉴허라이즌스는 현재 명왕성에서 16억 km 떨어진 소행성 ‘2014MU69’를 향해 우주를 가로지르며 계속 태양계의 비밀을 쫓고 있다.
인류 새 조상 화석 발견.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제공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동굴에서 발견된 새 인류 화석인 ‘호모 날레디(Homo Naledi)’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제 공동 연구진은 1550여 개의 뼛조각을 통해 호모 날레디가 약 300만 년 전에 살았던 인류로 고릴라만 한 뇌를 가졌고 직립 보행을 했으며 어설프게나마 도구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 사이언스 제공총 1만 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간 에볼라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 성과도 선정됐다. 아프리카 기니에서 캐나다 공중보건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100% 에볼라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트로 진통제를 제조한 연구. 사이언스 제공이 밖에 목 부위까지만 존재한다고 알려졌던 림프계가 뇌에도 존재한다는 사실, 양자이론 중 가장 특이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이 실재한다는 증거, 하와이 섬이 화산 활동이 아니라 지구의 열 이상 현상 때문에 탄생했음을 밝힌 연구 등이 올해의 주목할 만한 성과에 포함됐다. 네이처 ‘올해의 인물’ 피게레스 유엔기후협약 총장
피게레스 사무총장 한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올해의 10대 인물(Nature‘s 10)’을 선정하며 ‘파리 기후변화 협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을 최고의 인물로 꼽았다. 인간 배아에 크리스퍼를 적용한 중국 중산대의 황쥔주 조교수와, 명왕성 탐사를 총괄한 앨런 스턴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 연구원, 식물, 쥐, 박테리아 등에서 얻은 21개 유전자를 이스트에 넣어 설탕(포도당)으로 진통제(모르핀)의 원료가 되는 ‘테바인’을 제조한 스탠퍼드대 크리스티나 스몰크 연구원, 심리학 논문의 61%가 재현에서는 동일한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지적한 브라이언 노섹 박사 등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공통적으로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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