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이었다.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일로 게임회사 직원 A 씨를 만났다. 당시 A 씨는 신혼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결혼하기 힘들었다’는 얘기까지 하게 됐다. 영호남 커플인 기자가 나름대로 힘들었다고 운을 떼자 A 씨는 “게임회사 직원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A 씨는 결혼 전 여자 친구 부모님과 친척들이 자신을 마치 ‘마약 제조업자’처럼 대했다고 말했다. 당시는 청소년의 심야시간 온라인 게임 제한 제도인 ‘셧다운제’ 도입을 앞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됐던 시기였다. 이런 논란의 연장선에서 게임 중독과 관련된 엽기적인 사건들이 자주 보도되면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급속도로 확산됐다. A 씨는 “당시에는 한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범법 행위의 근원이 게임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면서 “이러니 결혼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5년 겨울,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이 모바일게임 흥행에 힘입어 올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게임사가 연매출 1조 원을 넘긴 것은 넥슨뿐이었다. 넥슨이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 기반을 둔 게임사로는 넷마블이 처음인 셈이다. 넷마블의 연간 매출 1조 원 돌파는 단순히 넷마블의 성과만으로 그칠 일은 아닌 것 같다. 작게는 ‘게임회사 직원들도 예전보다 결혼하기 수월해졌다’에서부터 크게는 ‘국민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한국 게임산업이 글로벌 진출 동력을 확보했다’는 의미 부여도 가능하다.
게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2015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모와 머리 희끗한 중년 부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어린 학생들만 북적거리던 과거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었다. 게임 향유 세대가 넓어지면서 부정적 인식도 그만큼 옅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회사들의 해외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넷마블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14%였다. 올해는 25% 이상이 해외 매출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000억 원 이상 매출이 예상되는 컴투스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게임빌도 60% 이상이 해외 매출이다. 다른 게임회사들도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2014년 기준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1234억4500만 달러(약 144조2454억 원)다. 국내는 9조9706억 원이다.
이쯤 되면 게임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단순히 흥행만을 위해 지나친 폭력성이나 사행성을 띠고 있는 일부 게임이다. ‘나쁜 게임’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게임이라면 무조건 손사래부터 치는 부모들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알아야 제어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기만 하면 게임하는 줄 알고 득달같이 달려오는 것이 요새 어린이들이다. ‘원천 봉쇄’는 불가능하다. 부모들은 함께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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