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커친 세계보건기구(WHO) 보건재정정책조정관(오른쪽)과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가운데), 엘리아스 모시알로스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가 15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공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한국의 의료 제도 및 환자 관리 시스템은 영국,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앞선 수준입니다. 의료비 지출 등의 자료를 누적하고, 이를 전산처리하는 나라는 드뭅니다. 의료 보장 수준은 높으면서 효율적인 재정관리를 하는 점도 개발도상국에 뚜렷한 시사점을 주지요.”
보건의료와 건강 보장 수준을 높이는 것이 국제적인 관심사로, 나라별로 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연구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특히 1977년부터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시행해 이를 이른 시기에 정착시킨 한국의 사례는 미국 등 선진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의료 보장 확대를 언급할 때 첫손에 꼽는 연구 사례다.
한국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국제적 시사점을 소개하는 한편, 각국의 의료 보장 제도를 알리고 이에 대한 교훈과 경험을 교류하는 국제적 모임인 ‘보편적 건강 보장을 위한 국제회의’가 14, 15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주최하고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WB) 등이 후원한 행사이다. 주요 연사인 조지프 커친 WHO 보건재정정책조정관과 엘리아스 모시알로스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가 손명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과 함께 한국의 의료 보장 제도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보건의료 발전을 위한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자는 공감대도 확인했다.
○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의료 모니터링 인상적”
▽커친 정책조정관=한국 의료제도의 가장 우수한 점은 ICT가 체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ICT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환자가 어떻게 의료비를 지출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런 ICT 기반 시스템의 강점은 병원의 의료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한편, 재정 지출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시알로스 교수=한국은 환자 정보와 재정 지출에 관한 가장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나라다. 이와 같은 ICT 기반 의료 시스템 덕분에 재정 투명성도 확보하기 쉬워진다. 이 투명성 덕분에 어디에 투자해야 비용절감이 가능한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손 원장=한국처럼 진료할 때마다 진찰료, 검사료, 입원료, 약값 등을 따로 계산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면서 서류처리를 고수했다면 데이터 분석이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1990년대 전산 청구 방식을 빠르게 도입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처럼 ICT를 선도적으로 적용한 경험은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선진국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이다. 최근에야 이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심평원에 자문을 하고 있고, 우리가 도움을 주고 있다.
○ “의료 보장 수준 높이는 국제 협력 긴밀해져야”
▽커친 정책조정관=한국은 건보료를 걷는 기능과 이를 쓸 때 평가하는 기능 등을 나누면서 재정 효율화를 이룬 점이 인상적이다. 건강보험 제도를 개편하는 국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 이 의료재정 문제다. 국제 협력을 통해 한국의 모델을 배우려는 이유다.
▽손 원장=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국의 의료 보장 시스템을 수입하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의료 보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들 국가에 대한 국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한국 모델을 의료 시스템의 국제 표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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