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환자에게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은 지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약을 제때 복용 못 한 만성질환자는 병이 재발하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만성질환자에게 복약의 편의성은 치료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약효 지속 기간’은 늘리고 ‘복용량’은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국내외 제약사가 앞다퉈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치료제를 속속 개발하고 있다.
○ 항정신병 약물 시장에서 각광
약물의 지속 기간을 늘린 ‘장기 지속형 치료제’는 항정신병 약물 시장에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정신 질환의 특성상 환자가 약물 복용을 거부하거나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실제로 중증 만성질환에 속하는 조현병의 경우 환자의 82%가 5년 내 재발한다. 그런데 재발로 인한 재입원 사유 중엔 약을 제때 복용 못 하는 경우(낮은 약물 순응도)가 4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조현병도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인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장기 지속형 치료제를 통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 나온 한국얀센의 조현병 주사 치료제인 ‘인베가 서스티나’는 월 1회 투여로 한 달간 효과가 지속되는 약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한 달간 빠뜨리지 않고 약을 복용하는 셈이어서 병의 재발을 줄이고 평균 입원 기간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비용이 다른 경구용 조현병약에 비해 비싸고 알약이 아닌 주사제여서 한 달에 한번 병원을 직접 방문해 투여받아야 하는 것이 흠이다.
○ 1년에 한 번 먹는 뼈엉성증(골다공증) 주사 치료제
약물 지속 기간을 무려 1년까지 늘린 치료제도 있다. 1년에 한 번만 주사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한국산도스의 연 1회 장기 지속형 뼈엉성증(골다공증) 치료제인 ‘산도스졸레드론산주사액’은 15분간의 정맥 주사 투여로 1년 동안 효과를 볼 수 있다. 매일, 매주 또는 매월 복용하는 기존 치료제가 지녔던 복용의 불편함 및 환자의 복약 순응도와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동일 성분의 먹는 뼈엉성증약 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1년 뒤 복용을 지속하는 비율(1년 기준)이 50%도 되지 않는다. 또 복약 순응도가 50%가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약물을 전혀 복용하지 않는 환자와 비교해 골절 위험도에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꾸준한 복용이 필요하다. 즉 약물 지속 기간이 긴 약물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약 투여 시 사람에 따라 몸살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정맥주사여서 병원에서 맞아야 한다.
○ 피부에 붙이는 24시간 지속되는 치매 치료제
장기 지속형 치료제는 치매 치료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치매 치료제 엑셀론 패치는 하루 한 번 부착해 약물을 24시간 고르게 전달함으로써, 치매 환자의 혈중 약물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1일 2회 복용해야 하는 기존 캡슐 제제와 달리 파스 형태의 치매 치료제를 몸에 부착해 약물 복용 사실을 잊어버리기 쉬운 치매 환자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몸에 붙이는 것이어서 피부가 약하거나 민감한 경우엔 전문가와 상의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외에 국내 제약사에서도 장기 지속형 약물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사노피 아벤티스와 약 5조 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된 한미약품의 당뇨병 신약은 장기간 지속되는 약효로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인 인슐린 제제다. 이 신약은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하는 약으로 한미약품의 독자 기술인 랩스커버리(몸속에서 오랫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기술)를 적용해 부작용은 낮추면서 약효는 최적화했다. 아직 임상 단계지만 5년 안에 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