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홍콩에서 열린 ‘2015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서는 드론의 ‘칼 군무’가 펼쳐졌다. 드론의 비행술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모션캡처 기술이 쓰였다. CJ E&M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 ‘반지의 제왕’의 골룸, 최근 개봉한 ‘대호’의 호랑이까지. 영화에서 가상의 존재를 실감나게 표현할 때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인 모션캡처를 이용한다.
모션캡처는 카메라 여러 대를 이용해 물체의 3차원 위치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카메라 렌즈 주변에 달린 적외선 센서에서 특정 파장의 빛이 나오고, 이 빛이 물체에 붙어 있는 ‘마커’에 닿았다가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을 이용해 거리를 계산한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모션캡처를 환자 재활과 드론 비행 기술에 활용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 오십견 치료 로봇 개발
김정엽 서울과학기술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교수팀은 ‘오십견 재활 보조용 로봇’을 개발하는 데 모션캡처를 사용했다. 물리치료를 받는 오십견 환자의 몸에 마커를 붙인 뒤 초당 100프레임의 속도로 어깨 관절 등 전신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촬영했다. 그런 다음 로봇에 이 데이터를 학습시켜 물리치료사 대신 환자의 어깨를 운동시키게 만들었다. 이 로봇을 병원에 설치하면 물리치료사 대신 로봇으로 환자 치료를 도울 수 있는 셈이다.
박수경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당뇨 등으로 피부와 근육의 감각이 떨어진 체성감각 저하 환자들의 균형 능력을 모션캡처로 측정했다. 그 결과 체성감각이 떨어지면 균형을 잡을 때 엉덩이를 많이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환자의 수술 전후 보행 능력 변화를 영상으로 기록해 분석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모션캡처를 이용하면 신체 각 부위의 움직임을 정확한 숫자로 얻을 수 있어 어느 부위의 재활이 필요한지 파악하기가 용이하다”고 말했다.
김정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팀이 ‘오십견 재활 보조용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한 모션캡처 기술. 신체 주요 관절에 마커를 붙인 뒤(왼쪽) 컴퓨터 속 3차원 모델에 사람의 움직임을 저장하면(가운데) 관절의 움직임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대한기계학회○ 드론 10대 V자로 군집 비행 성공
지난해 말 홍콩에서 열린 ‘2015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에는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무대에 조명 갓을 씌운 드론 6대가 등장했다. 이들은 샤이니의 안무에 맞춰 마치 백댄서처럼 ‘칼 군무’를 선보였다.
드론의 군집 비행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조종술이 쓰였다. 공현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미래항공우주기술팀장은 “드론과 같은 소형 비행체가 군집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가로 세로 1cm 이하의 작은 오차 범위 안에서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모션캡처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연구원 내에 드론 군집 비행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다빈치랩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모션캡처를 이용해 길이 30cm인 드론 20대가 동시에 날아올라도 서로 부딪히지 않는 충격 회피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반지름 1∼2m 안에 다른 드론이 접근하면 회피하도록 학습시킨 것이다. 공 팀장은 “야외에서 드론 10대가 V자를 이루며 마치 새떼처럼 군집 비행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초소형 정찰기 개발에도 모션캡처가 유용하다. 이제희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은 비둘기 날개에 마커를 붙인 뒤 이를 모방해 실제 새처럼 비행하는 생체모방형 로봇을 제작했다. 한재흥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팀은 무게 10g 정도인 초경량 비행체의 궤적을 모션캡처로 추적했다.
이 교수는 “모션캡처는 특정 파장의 빛만 사용한다는 한계가 있는 만큼 최근에는 파장 제약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모션캡처 장비가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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