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가사처럼 ‘100세 시대’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영유아부터 생애 주기별로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주요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고 있다. 치과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지원책은 노인을 대상으로 한 틀니(의치)와 임플란트 시술비 지원이다. 올해 7월부턴 임플란트와 틀니 시술의 건강보험 혜택을 기존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 적용한다.
노인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틀니나 임플란트 시술은 자연 치아가 손상돼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저작(咀嚼·씹는 기능)을 인공 치아로 대체하는 치료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환자의 입장에서는 자연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구강검진제도를 이용하는 수검자는 전체 대상자의 29%에 불과하다. 일반검진 수검률이 75%인 것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검진을 통한 초기 시술 기회를 놓치면 질환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병의원을 찾은 질환 2위는 치은염·치주 질환이었고, 치아우식증과 치수·치근단 주위 조직 질환도 각각 10위, 13위를 차지했다. 치과 질환으로 외래 진료를 받은 것만 1300만 건 이상이었다. 이는 의료 재정 부담으로 다시 이어진다.
구강검진 수검자가 적은 이유는 단순히 인식 부족 탓일까? 직장인의 일반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의무화돼 있지만 구강검진은 그렇지 않다. 검진을 받지 않아도 사업장과 수검자 모두 별다른 처분을 받지 않으니 구강검진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또 혈액·소변 검사와 X레이 촬영 등을 통해 객관적 지표로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일반검진과 달리 구강검진은 치과의사가 육안으로만 검진해 수검자들이 ‘진단 결과가 주관적’이라고 생각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구강검진에 ‘파노라마 방사선 검사’를 필수 항목으로 넣는 것이 필요하다. 파노라마 검사는 치아 전체를 X선으로 연속 촬영하는 방식으로, 소요 시간이 10∼20초에 불과하지만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힘든 치아우식증이나 치주질환을 30% 이상 더 상세히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치주질환은 환자가 통증을 느낄 만큼 상태가 악화되면 발치 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또한 정기적인 검진 및 파노라마 촬영을 통해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100세 인생이 건강하고 즐겁길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치아 건강은 적절한 음식 섭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더 나아가 전신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요소다. 국민들의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구강검진제도를 취지에 맞게 활성화하려면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해 치아 수명을 늘리고, 신뢰도 높은 검사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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