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간호사의 병원 제대로 알기]‘작은 사랑, 큰 기적’ 헌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수혈은 응급 치료 시 마술과도 같은 힘을 지녔다. 수혈은 출혈이 심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의 혈액을 보충해주는 동시에 출혈을 멎게 해주기 때문이다. 수혈하는 혈액은 전혈(全血)과 농축 적혈구 및 혈소판, 동결 혈장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처럼 중요한 수혈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헌혈에 동참해야 한다.

필자도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한다. 2주에 한 번은 성분헌혈을, 두 달에 한 번은 전혈헌혈을 한 적도 있었다. 성분헌혈은 혈액의 특정 성분만 선택한 것이고, 전혈헌혈은 적혈구와 백혈구, 혈장, 혈소판 등 혈액의 전체 성분을 기증하는 것이다. 헌혈 후 늘어나는 헌혈증에 뿌듯했고, 건강검진표를 보며 몸의 상태를 살피는 재미도 있다.

보통 혈액은 체중의 7∼8%를 차지하는데, 혈액 중 10%는 없어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 또 헌혈은 빈혈 예방을 위해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 수치를 측정해 문제가 없을 때 시행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필자는 헌혈 후 단 한 번도 부작용을 겪은 적이 없었다.

현재 필자가 모아둔 헌혈증은 20여 장에 이른다. 수혈을 많이 하는 환자와 가족은 헌혈증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수혈을 받은 환자가 헌혈증을 제시하면 본인이 내는 진료비 중 혈액에 대한 부분은 공제받는다. 헌혈증 한 장에 혈액 1단위(1팩)를 수혈받을 수 있다. 하지만 수혈에 필요한 검사비와 시술료 등은 추가로 내야 한다.

흔히 같은 혈액형이면 모두 수혈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병원은 수혈받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혈액제제를 찾기 위해 정밀 검사를 한 뒤 전문 의료진이 수혈 현장에 참여한다. 따라서 그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병원에 있다 보면 헌혈하는 사람이 줄고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느껴진다. 당장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혈액이 준비되지 않아 생명이 위태로워진 경우도 있었고, 수술 등 중요한 치료가 며칠씩 지연되기도 했다. 종종 환자 보호자가 “내가 헌혈할 테니 그 혈액을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헌혈부터 수혈까지 정밀 검사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이 역시 쉽지 않다. 이처럼 혈액이 부족한 상황을 경험한 환자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헌혈을 권유하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10분을 투자한 작은 사랑이 일궈낸 큰 기적이 바로 헌혈이다. 더 많은 이들이 헌혈에 동참하길 바란다.

김현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중환자실 책임간호사
#헌혈#수혈#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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