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를 잘 맡는 동물의 대명사인 개가 냄새 뿐 아니라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집이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레오 페이츨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팀과 뮌헨대, 프랑크푸르트대 공동연구팀은 개, 늑대, 곰, 오랑우탄 등 일부 포유류에게서 자기장을 감지하는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발견됐다고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월 22일자에 발표했다.
철새는 망막 속 원추세포에 크립토크롬이란 단백질을 갖고 있어 자기장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과 남극의 방향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할 때도 올바른 길로 날아갈 수 있다. 철새가 자기장을 감지하는 능력은 사람이 흔히 쓰는 나침반보다도 한 수 위로, 단순히 남극과 북극의 방향을 아는 것 뿐 아니라 지형의 고저에 따라 달라지는 자기장도 인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조류가 아닌 포유류 또한 이런 능력을 갖고 있을 지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90종의 포유류를 대상으로 단백질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개과(科), 족제비과, 곰과 포유류의 망막 속 원추세포에서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발견됐다. 유인원에서는 오랑우탄과 붉은원숭이, 게잡이원숭이가 이 단백질을 갖고 잇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계 상위 포식자로 잘 알려진 호랑이나 사자 등 고양이과 동물에서는 이 단백질이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크립토크롬 단백질이 망막이 색깔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단백질을 갖고 있는 걸로 확인된 동물들이 철새처럼 자기장을 인식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동안 여우와 개는 자기장을 인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 되기도 했다. 여우는 북동쪽에 위치한 먹잇감을 잡을 때 성공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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