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이크로칩 용량은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떠오르는데, 여기서 ‘4년’이란 올림픽이 열리는 주기를 뜻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새로운 영상 기술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속 자동초점, 경기장 위에 줄을 걸고 카메라를 매단 와이어캠, 초망원렌즈와 초고속 촬영, 궤적으로 선수 동선을 잡아내는 타임 슬라이스 등 지금은 익숙해진 영상은 대부분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중계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영상 장비업체들도 취재진을 위해 성능이 향상된 카메라와 영상 처리 장비를 앞다퉈 내놓는다.
올 8월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계 영상의 관건은 가상현실(VR)을 어느 정도 구현하느냐이다. ‘기-승-전-VR’란 우스개가 나올 정도로 VR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VR 중계는 이미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청소년올림픽 개막식을 현지에서 VR로 생중계했다. 주요 경기 하이라이트도 VR로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VR는 180도 카메라를 경기장 안쪽에 설치하기 때문에 관중석보다 더 가까이서 경기를 생생하게 지켜보는 느낌을 준다. 영상인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한다. 아예 선수가 된 듯한 느낌을 주고 싶은 것이다. 이들의 욕구는 관찰자(관중)가 아닌 행위자(선수)로서의 체험에 쏠려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통신 분야를 맡고 있는 KT는 선수들 시각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중계를 준비 중이다. 사상 처음으로 카메라를 선수들 몸에 붙이려는 시도다. 이 기술엔 ‘싱크뷰’라는 이름이 붙었다. 스키와 썰매는 정해진 코스를 빠른 속도로 지나기 때문에 선수의 시각을 경험하기에 최적의 종목이다. 특히 헬멧에 VR 카메라를 부착한다면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스키점프도 상상만으로 새로운 이미지가 그려진다. 활강과 도약의 순간을 선수와 같은 시각에서 본다면….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카메라와 송신기를 합친 기본 장비 무게는 현재 74g이다. 2년 동안 새 장비가 개발된다 해도 대폭 줄이기엔 빠듯하다. VR 카메라는 더 무겁다. 선수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정도의 무게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반대할 수 있다. 시청자에게 아무리 짜릿함을 선사한다 해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라면 허가받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할 영상인들이 아니다. 대안으로 드론을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드론을 선수들의 헬멧에 최대한 근접시켜 VR 영상을 찍는 시도다. 금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홀로그램으로 생중계하는 방법도 검토에 들어갔다.
올림픽 꿈에 도전하는 이들은 선수나 코치만이 아니다. 방송 중계진과 사진기자, 취재진도 새로운 영상 기법을 선보이려는 욕구와 의무감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도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