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최고수 이세돌, 알파고에 첫판 충격패… “진다 생각 안했는데 놀랐다”
개발사 구글 “우리가 달에 도착했다”, 스스로 학습해 발전… AI 진화 입증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섰다. 경우의 수가 무한대에 가까워 인공지능의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이 인간 최고수를 이기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프로그램 ‘알파고’는 9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1국에서 이세돌 9단(33)에게 18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는 인공지능이 바둑 최고수를 이겼다는 의미를 넘어 스스로 학습해 문제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범용화의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이 9단은 이날 대국을 앞두고 승리를 자신했으나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결 때보다 훨씬 향상된 기력(棋力)을 보여주며 세계대회에서 18번이나 우승한 이 9단에게 패배를 안겼다.
오후 1시 이 9단이 흑을 잡고 시작된 이날 대국은 시종 엎치락뒤치락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됐다. 초반부터 상변에서 벌어진 전투에선 이 9단이 알파고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불리한 형세로 출발했다. 이후 좌하귀에서 알파고의 어이없는 실착으로 이 9단이 역전해 승리가 유력하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우변 침입을 결행한 알파고의 승부수가 날카로워 국면의 균형이 맞춰졌다.
그러나 이 9단이 우하귀에서 완착을 두며 실리를 빼앗기는 바람에 재역전을 허용했고 이후 더 이상 형세를 만회하지 못한 채 186수 만에 돌을 던졌다.
이 9단을 비롯해 바둑계는 믿기지 않는 패배에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그는 대국 후 인터뷰에서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놀랐다”라고 말했다. 중국 바둑의 1인자 커제 9단은 이날 대국 후 “중반 이후 역전에 능한 이 9단의 기풍은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알파고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승리 직후 트위터에 “우리가 달에 도착했다”는 글을 남겼다.
이번 대결은 100만 달러의 상금과 승리수당 등이 걸려 있으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진다. 중국 룰을 채택해 덤은 7집 반이다. 2국은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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