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딥블루’가 1997년 체스 왕에 등극한 이후 AI는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AI 발전에 대해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고도의 창의력과 복잡한 사고력을 요구하는 바둑에서도 알파고가 승리하는 수준에 이르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AI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 인간 통제 넘어선 기계, 일자리까지 위협
AI가 현재 속도로 성장하면 인간의 통제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반(反)AI’파들의 대표적인 주장이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인류는 AI를 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5월엔 “100년 안에 인류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종속되고, 결국 멸망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AI로 인해 대량실업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반AI파들이 내놓는 단골 메뉴다. 2016년 다보스포럼(WEF)은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에 의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정보처리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 투자업계의 근심이 크다. 세계적인 금융투자기업 골드만삭스는 최근 금융분석 프로그램 ‘켄쇼’를 도입했다. 켄쇼는 연봉 50만 달러(약 6억 원)를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려 하는 작업을 몇 분 내에 처리할 수 있다.
지난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모셰 바르디 라이스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기계가 모든 업무에서 인간보다 훌륭한 성과를 내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때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기술의 성장통 거쳐 신산업 창출할 것
반면 친(親)AI파들은 AI에 대한 우려 역시 신기술이 겪는 성장통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천재 과학자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2014년 ‘타임’ 기고문에서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생물학 무기와 유전자 재조합 기술 등 신기술이 탄생할 때마다 이런 논란이 제기됐다”며 “문제는 AI 기술이 아니라 범죄와 폭력을 부르는 인간 사회에 있다”고 주장했다.
친AI파들은 AI가 다양한 일상에 접목되면서 오히려 신산업을 창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인간이 하기 어려웠던 분야에 진출하는 데 AI가 큰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AI가 사람을 살리고, 우주와 지표 아래를 탐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는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와 같은 일상생활 도우미 AI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이번 바둑 대결을 통해 적어도 확률을 기반으로 한 선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AI가 인간을 충분히 앞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며 “알파고로 인해 불어닥친 AI 열풍에 휘말리지 않고 AI의 합리적·논리적 계산 능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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