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사범’ 아킬레스건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03시 00분


[이세돌 vs 알파고 12일 제3국]
“힘내라 이세돌” IT전문가-재야 고수들 장외 응원-훈수 후끈

“이세돌 9단의 패배가 안타깝다.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다.”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2연패하자 정보기술(IT) 전문가나 프로기사는 아니지만 실력파로 알려진 이른바 ‘재야 고수’들이 이 9단에게 승리 가능성이 높은 ‘팁’을 주고 싶다며 본보와 한국기원에 문의하거나 바둑 사이트에 글을 올리고 있다.

대기업 통신회사의 A 팀장은 ‘흉내바둑’을 제안했다. 흉내바둑은 상대가 두는 수와 대칭되게 그대로 두는 것. 흉내바둑은 현대바둑의 시조인 우칭위안(吳淸源) 9단이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국내에서도 1980년 서봉수 9단이 왕위전 도전기에서 조훈현 9단을 상대로 쓰는 등 프로 기전에서 종종 나온 적이 있다.

A 팀장은 “이 9단이 흉내바둑을 두면 시간을 거의 쓰지 않아도 되는데 알파고는 대부분의 수를 평균 1분 안팎으로 쓰기 때문에 제한시간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면서 “알파고의 큰 실착이 나오면 흉내바둑을 접어 우세를 확보하면 된다”고 말했다. A 팀장은 또 이 9단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9단이 매번 포석 단계에서 알파고의 이상한 수 때문에 당황하는데 흉내바둑은 그런 부담이 없다”고 했다.

미국 동부의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서 일하고 있다는 윤모 씨는 11일 동아일보로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내 “초반에는 근접전을 피하고 돌의 간격을 넓게 벌려 국면을 세분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구글 클라우딩과 몬테카를로 트리 알고리즘(알파고에 적용된 것)을 잘 안다는 그는 “알파고가 한 수를 둘 때마다 경우의 수를 탐색해 승률을 계산하는데 초반부터 근접전이 벌어지면 탐색 범위가 좁아져 정확한 수를 찾아낸다”며 “축구에서 운동장을 넓게 쓰듯 가급적 돌을 듬성듬성 분산시켜야 알파고의 탐색이 어려워져 좋은 수를 찾을 확률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꼭 이 9단에게 이런 내용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이버오로와 타이젬 등 바둑 사이트에도 바둑 고수들의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버오로의 아이디 대국무**은 “곳곳에서 패를 만들어 흔들어라. 바둑의 백미는 패”라고 적었다. 타이젬 보리*도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50∼80수쯤에 반드시 패를 만들도록 한다. 알파고는 패의 가치를 계산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가급적 패를 하지 않고 방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바둑에서 계산하기 까다롭다는 패가 1, 2국에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에 나온 얘기로 보인다.

한편 12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리는 3국은 2연패한 이 9단으로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이 9단은 11일 새벽까지 후배 기사들과 3국 전략을 짠 뒤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국은 이 9단의 흑번이어서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국면을 리드하는 포진을 구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9단은 2국 후 인터뷰에서 “중반 이전에 우세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알파고#이세돌#흉내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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