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원조’ 왓슨 데이터 사냥으로 반격 채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2일 03시 00분


IBM의 인공지능 로봇 ‘코니’
IBM의 인공지능 로봇 ‘코니’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IBM의 인공지능(AI) 사업본부인 왓슨 본사. 전날 한국에서 구글의 AI인 알파고가 바둑계의 최정상인 이세돌 9단을 이겼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IBM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IBM 측은 “바둑이라는 게임 자체가 미국 등 서구에서는 생소한 데다 AI 분야에서 IBM이 선두주자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글이 내놓은 AI 프로그램과 머지않아 경쟁해야 하는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왓슨을 금융 분야에 적용하고 있는 채 안 IBM 부사장은 “구글이 무료로 공개한 AI 프로그램과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구글은 ‘세기의 대결’로 불리던 인간 최고수와의 바둑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AI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기술력을 축적해온 IBM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도 구글의 도전장에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 AI 프로그램 무료 공개한 구글

구글은 이미 오래전부터 AI 분야에 공을 들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AI 프로그램인 ‘텐서플로(TensorFlow)’를 누구나 무료로 쓸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했다. 텐서플로는 구글 검색엔진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한 머신러닝 프로그램이다.

IT 업계는 구글이 스마트폰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해 거둔 ‘성공 방정식’을 반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글의 AI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해 외부 개발자들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데이터도 수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검색엔진이나 스마트폰 OS처럼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구글이 AI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이미 2006년부터 왓슨을 개발해 업그레이드해온 IBM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 ‘데이터 사냥’에 나선 IBM

2006년에 개발된 IBM의 왓슨은 2011년에 퀴즈쇼에 출연해 단순한 연산능력을 넘어서 추론과 가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1월부터는 헬스 분야를 시작으로 금융과 법률 등 각종 전문 분야에서 AI를 단계적으로 상용화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에 비해 사용자 데이터가 적은 것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 구글은 검색이나 e메일,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OS를 통해 생성된 막대한 사용자 데이터로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IBM 측은 이에 대해 “우리는 개인 소비자가 아닌 기업 대상의 사업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기상정보 업체인 웨더컴퍼니의 기상 자료를 2조 원이 넘는 금액에 구매하는 등 이미 ‘데이터 사냥’에 나섰다. 또 트위터 등과 제휴해 다양한 개인 데이터를 공급받고 있다. 최근 IBM이 글로벌 호텔체인인 힐턴을 비롯해 스포츠 업체인 언더아머 등과 다양한 협력 관계를 맺는 것 역시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IBM이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실제 힐턴과는 숙박객의 질문에 대답하는 AI 로봇 ‘코니’를 개발해 이달부터 테스트를 하고 있다. 고객이 코니와 말을 하면 할수록 코니의 지능과 정확도는 점점 좋아진다.

구글과 IBM 외에도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기업들 역시 AI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이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형 AI인 ‘아담’을 개발한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글로벌 IT 업체의 AI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려면 언어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이 기간에 한국형 AI 모델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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