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전북 완주군 국립축산과학원 특수목적견 연구동. 오전 9시부터 파란 수술복을 입은 연구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곧이어 마취된 개가 수술실로 옮겨졌다. 이날 수술의 목적은 이 개에서 알맞게 성숙한 난자를 채취하는 것이다. 개 복제의 첫 절차다. 허태영 연구관이 개의 난관에 붉은 배양액을 주입하자 반대편에 꽂힌 관으로 배양액이 다시 흘러나왔다. 이승훈 연구사는 “배양액이 난자와 함께 난관을 따라 흘러나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채취한 난자에는 ‘명견(名犬)’의 체세포가 들어간다. 마약 탐지나 인명 구조에 뛰어난 개의 귀에서 체세포를 떼어내 미리 준비해 뒀다가 이 난자에 넣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수정란을 대리모에게 착상시키면 개 복제의 전 과정이 끝난다.
국내에서 명견 복제가 시작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2007년 관세청 마약탐지견센터가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팀에 능력이 출중한 탐지견을 복제하자고 제안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지금까지 서울대 20마리, 국립축산과학원 33마리 등 국내에서만 약 300마리가 복제됐다. 이들은 공항, 소방서, 군부대 등에 배치돼 활약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올해 복제한 5마리를 공군, 경찰청, 관세청에 보낼 계획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동물로는 개를 포함해 소, 돼지, 염소, 늑대, 양, 토끼, 쥐 등 17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개는 복제 과정이 가장 까다롭다. 체외 배양이 어려워 개복 수술을 통해 배란된 지 정확히 3일 된 난자를 꺼내야 한다.
이 연구사는 “혈액 1mL에서 임신유지호르몬이 5∼16ng(나노그램) 검출되면 난자를 채취할 적당한 시기”라며 “채취한 난자 중에서도 완전히 동그랗고 알맞게 성숙된 것을 육안으로 고른다”고 말했다.
난자는 20개 정도 필요하다. 개 두 마리에게서 난자 20개를 빼내야 한다.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복제하고 싶은 개에게서 채취한 체세포를 찔러 넣고 전기 충격을 가해 인위적으로 융합시킨다. 이렇게 만든 수정란을 4시간 배양한 뒤 대리모에게 착상시켜야 한다.
보통 대리모 한 마리에 수정란 10개를 이식하는데, 20개는 채란해야 최종적으로 수정란이 10개 정도 나온다. 현재 성공률은 대리모 10마리에 한 마리꼴로 임신에 성공하는 수준이다. 2005년 태어난 세계 최초의 복제견 ‘스너피’는 123번 시도한 끝에 탄생했다. 이 교수는 “난자를 제공한 개와 배란 주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대리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두 개의 호르몬 주기가 맞아떨어져야 대리모가 자궁에서 수정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명견의 복제견은 훈련 합격률이 일반 개의 3∼4배다. 마약탐지견인 ‘체이서’의 체세포를 받은 복제견 7마리와 일반 개 7마리를 똑같이 훈련시킨 결과, 체이서의 복제견은 5마리가 훈련을 통과했고 일반 개는 3마리만 통과했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생산한 검역탐지견 ‘카이저’의 복제견은 훈련 합격률이 100%다.
엄기동 건국대 수의과대 교수팀이 비글 종인 복제탐지견 17마리와 일반 비글 10마리를 대상으로 사과 향을 맡게 하면서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분석한 결과 전두엽과 후각망울, 소뇌, 시상 등이 활성화되는 부피가 복제견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엄 교수는 “이 부위는 후각 탐지 능력을 좌우한다”며 “복제견의 인지와 분석, 행동 능력이 일반 개보다 더 뛰어나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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