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부터 북한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신호 교란 공격이 11차례 이어졌다. 북한은 2010년과 2011년, 2012년에도 GPS 신호 교란을 시도한 바 있다. 1, 2차 교란 당시에는 휴대전화가 불통이 되는 등 피해가 컸다. 올해는 어선 280여 척이 조업을 중단하고 전파 교란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북한의 GPS 교란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기술은 없을까.
○ 미국 ‘GPS’ 대신 러시아 ‘글로나스’ 사용
전문가들은 GPS 신호 교란을 완벽히 차단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한다. 이상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위성항법레이더연구실 책임연구원은 “GPS 신호 교란은 별빛을 보고 길을 걷고 있는 사람 옆으로 헤드라이트를 비추는 격”이라며 “GPS 교란 공격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로 대응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우선 주로 쓰는 미국의 GPS 대신 다른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러시아는 ‘글로나스(GLONASS)’, 중국은 ‘베이두(BeiDou)’라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을 각각 운용 중이다. 베이두는 현재 위성 20기를 궤도에 올렸으며, 2020년 전 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위성 수를 늘리는 단계다. 하지만 글로나스는 1982년 처음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뒤 2011년 총 24기의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 GPS의 대항마로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유사시 GPS와 글로나스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자장비는 이번 북한의 GPS 교란 공격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최신형 내비게이션은 글로나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경우가 많다. 북한이 글로나스나 베이두의 신호도 교란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우방국인 만큼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GPS 신호 교란으로 휴대전화가 먹통이 되는 문제도 상당수 해결됐다. 휴대전화 기지국은 GPS에서 시간 정보를 받아쓰는 만큼 GPS 교란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기지국들은 일부 기지국에서 GPS 연결이 끊기더라도 나머지 기지국들끼리 연결해 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3세대 이상 휴대전화 시스템에는 시간 정보를 받지 못하더라도 다른 기능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비동기식 기술이 접목됐다.
○ 특수 안테나 갖추면 제한적 대응 가능
방해 전파가 섞여 들어온 GPS 신호를 컴퓨터 칩을 이용해 원래 신호로 되살려내는 ‘필터링 기법’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방해 전파를 발사하는 쪽에서 다양한 패턴의 방해 전파를 변칙적으로 쏘며 필터링을 까다롭게 만들 수 있다.
이 경우에는 필터링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인공위성 신호를 더욱 촘촘하게 수신하면 된다. 군용 GPS는 연산 기본단위를 8∼16비트까지 높여서 운영하기도 한다. 이 경우 먼 거리에서 온 교란 신호는 걸러낼 수 있다. 일반 GPS 장비는 2∼3비트 수준이다.
최근에는 안테나를 7, 8개 배치해 강한 방해 전파가 섞여 들어오는 신호는 무시하고, 약한 신호만 해석하는 ‘수신패턴 제어 안테나(CRPA)’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 기술은 미군에서 주로 사용하며 GPS 신호 교란에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장비가 필요하다.
이 연구원은 “안테나 크기가 커지는 데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제약이 있다”며 “어선의 경우 현실적으로 GPS 수신기만 장착하거나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GPS 신호 교란의 1차 피해자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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