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쏟아낸 공약에는 과학기술 분야도 빠지지 않는다. 여야를 떠나 과학기술을 토대로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부적으로는 연구자 처우 개선 등 과학기술계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는가 하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옮겨 왔거나 실현 가능성에 고개가 갸웃해지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은 스마트 자동차, 빅데이터, 지능형 로봇 등 19대 미래성장동력 분야를 육성하고 태양 수소 탄소 물 지능 경제 등 5대 고부가가치 분야와 사이보그 뇌 우주 플라스마 초전도 등 초혁신 분야에 집중 투자해 산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미래성장동력과 관련된 규제를 대폭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 미래성장동력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의 40.5%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수용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뚜렷한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3년의 연구기간을 최대 5년으로, 우수한 연구자는 최장 10년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은 올해 초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가 발표한 ‘이공분야 기초연구지원 계획’에 확정된 내용이다.
특히 과학기술계의 몫인 ‘달 탐사 성공’을 정치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미래부는 2020년 달에 궤도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세계적으로 우주개발 사업은 한 명이 모든 책임을 지고 추진해 왔다”며 “국내 책임자가 이미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당 차원에서 성공을 약속한다는 것은 책임 없는 말뿐”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공약에서는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이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사라진 과학기술부를 독립해 설치하고 참여정부 때처럼 과학기술부총리제 회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연구원 정년을 65세로 환원하고, 출연연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연구기관으로 분류해서 관리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협동과정 교수는 “과학기술 현장의 의견을 잘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면밀한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조정해 혁신·융합기술 개발 기반을 구축하겠다’와 같은 일반적인 내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제2 과학기술 혁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빠졌다.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를 비례대표 1, 2번 후보로 내세운 당치고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정의당은 과학기술 공약보다는 환경에 초점을 맞춰 ‘재생에너지를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노후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2040년엔 탈핵하겠다’는 에너지 분야 공약을 제시했다.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관계자는 “각 당의 공약이 과학기술인의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공약(空約)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약속이 될 수 있도록 감시와 정책적 제언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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