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당과의 전쟁’ 나흘째, 저절로 발걸음이 편의점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1일 03시 00분


[설탕 섭취 좀 줄입시다 <下> 본보 기자 ‘설탕 없는 1주일’ 도전기]
“녹차 마시며 유혹 끝내 떨쳐내… 1주일새 체지방량 3kg 줄여”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 동안 ‘설탕 안 먹기’를 실천한 본보 임현석 기자(오른쪽)가 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에게 체성분검사와 혈액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임 기자는 설탕을 줄인 식습관 덕분에 체지방량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 동안 ‘설탕 안 먹기’를 실천한 본보 임현석 기자(오른쪽)가 6일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에게 체성분검사와 혈액검사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임 기자는 설탕을 줄인 식습관 덕분에 체지방량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아, 또 당(糖) 떨어졌다. 이젠 못 참겠다.’

설탕을 비롯한 모든 당 섭취를 끊어보겠다고 선언한 지 나흘째. 이달 3일 기자의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편의점을 향했다. 과일주스와 탄산음료를 손에 들었다가 포장지에 표기된 영양성분표를 보고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한 포장 단위에 당류가 무려 20g이 넘었다. 고심 끝에 당류가 없는 무설탕 탄산수를 사서 편의점을 빠져나왔지만 “단것이 필요하다”는 몸의 외침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다.

○ 알코올 중독 같은 설탕 중독


일주일 동안 설탕을 끊으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정부의 당류 저감 종합대책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31일 임상시험에 들어간 기자는 ‘설탕과의 전쟁’에 앞서 이틀 동안 먹은 음식을 문진표에 기록했다. 세끼 식단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간식과 야식이 문제였다.

마늘빵 5조각, 캔커피 1개, 쿠키 2개, 비타민드링크 1개. 하루 사이에 먹은 간식을 당류로 환산하면 54g. 어느새 성인 하루 당류 권장량(가공식품 기준·50g)을 훌쩍 넘겼다. 체성분 분석검사(In-Body), 혈액검사 등을 진행한 뒤 마주한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이은정 교수는 “기자의 상태는 고도비만으로 단맛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 6일까지 이어진 시험의 원칙은 단 하나. ‘첨가당(Added Sugar)’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이었다. 첨가당이란 식품에 인위적으로 첨가하는 당분이다.

첫 고비는 회식이었다. ‘단맛 끊기’ 시험 첫날인 지난달 31일 횟집서 열린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생선조림과 콩자반, 전, 새우튀김 등 밑반찬이 차례로 나왔다. 식당 종업원은 “양념은 물론이고 밀가루 반죽에도 설탕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결국 어느 음식에도 젓가락을 댈 수 없었다.

비교적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한 야채샐러드. 드레싱에는 역시 100mL당 11g의 당분이 들어 있었다. 씁쓸하게 입맛만 다셨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와 과자만 피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다. 설탕을 피하기로 작정한 순간 지금껏 먹어왔던 음식 대부분을 먹지 못한다. ‘설탕 없는 세상’은 달리 말하면 ‘소스 없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알던 음식 맛의 대부분은 이 양념 맛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전엔 물엿을 넣은 걸쭉한 초장이나 단맛이 강한 쌈장을 회에 잔뜩 발라 먹곤 했다.

과자와 탄산음료 같은 간식도 끊기 힘들었다. 컴퓨터로 기사를 쓰거나 작업을 할 때 스트레스 받을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과자나 탄산음료 생각이 났다. 단맛은 뇌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중독의 강도는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만큼 세다. 설탕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뇌 신경망의 형태가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TV를 보거나 책을 볼 때도 습관처럼 간식에 손대곤 했는데 이를 끊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맛 효과를 볼 수 없게 되자 부쩍 초조해졌다. 간식 생각이 떠오르지 않도록 일주일 동안 휴대용 물통을 챙겼고 녹차도 많이 마셨다.

○ 단맛 피하니 맵고 짠맛과 과식까지 피해


일주일간의 시험이 끝난 6일 이 교수는 “건강상의 수치들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일주일 사이 체지방량이 3kg가량 줄어든 점이 고무적이었다. 일주일 사이 총콜레스테롤 수치도 5%가량 줄었다. 여전히 비만에 해당했지만 건강수치가 개선된 것이다. 빠진 몸무게는 700g.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한 달로 계산하면 3kg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이 교수는 “단 음식은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일 가능성이 높은데 설탕을 피하면서 이와 같은 음식도 덩달아 먹지 않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과식을 피한 점이 효과를 봤다. 간식을 습관적으로 먹으면서 이전엔 하루 섭취 열량이 2000Cal를 넘겼는데 설탕을 줄이자 300Cal를 덜 먹게 됐다. 이 교수는 “공부나 작업을 할 때 또는 회식을 할 때 설탕에 대한 경계를 풀기 쉬운데, 이때 자신도 모르게 많은 양의 당분을 먹기 쉬우니 앞으로도 조심하라”고 충고했다.

정부가 올해 ‘보건의 날’을 맞아 내놓은 대국민 슬로건은 ‘단맛을 줄이세요, 인생이 달콤해집니다’. 8일 발표한 국민 공통 식생활 지침에는 이와 관련해 △덜 달게 먹기 △단 음료 대신 물을 충분히 마시기의 두 가지가 포함됐다. 일주일간의 임상시험을 연중 식습관으로 바꾸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설탕#설탕 안먹기#단맛#설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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