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마카오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프린팅의 재창조(Printing Reinvented)라는 주제로 자사의 신규 프린터 제품군을 소개했다. 새로운 제품군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페이지 와이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 와이드 기술은 잉크젯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의 장점을 결합한 것으로, 잉크젯 특유의 선명한 색감을 냄과 동시에 레이저 프린터보다 빠른 분당 70장 이상의 출력 속도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페이지 와이드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HP 웹 프레스로, 일반 문서 인쇄가 아닌 책이나 인쇄 광고 등의 매체를 위한 대형 출력장치였다.
이 기술이 일반 사무용 프린터에 처음으로 적용된 것은 지난 2013년으로, 해당 제품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업무용 컬러 데스크톱 프린터로 기네스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미화 1,000달러 이하 레이저 및 잉크젯 컬러 데스크톱 복합기/미화 800달러 이하 프린터 기준). 당시에는 오피스젯 프로라는 자사의 중소기업용 프린터 제품군 중 특정 제품에만 이 기술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페이지 와이드를 하나의 독립 제품군으로 내세워 새로운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빠른 출력 속도의 비밀은 의외로 간단하다. 잉크 카트리지가 들어있는 헤드가 직접 좌우로 움직이며 용지에 문자나 그림 등을 인쇄한다. 이와 달리 페이지 와이드는 10여개의 헤드가 용지 너비만큼 배치돼 있고, 헤드가 아닌 용지가 고정된 헤드 아래로 움직이면서 용지가 지나가는 순간 잉크를 뿌린다.
이로써 헤드 하나가 좌우로 움직이는 방식과 비교해 출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한, 헤드의 흔들림이 없기 때문에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인쇄 품질이 균일하다. 잉크를 사용하지만 레이저 프린터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 셈이다. HP는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연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잉크다. 말 그대로 종이 위에 잉크를 뿌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C, M, Y, K 네 가지 색을 차례로 인쇄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잉크가 섞일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페이지 와이드 프린터 전용 잉크는 빠른 건조와 함께 서로 다른 색의 잉크가 섞이지 않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출력물의 색상 선명도와 품질을 높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페이지 와이드 제품군은 잉크젯 프린터와 레이저 프린터의 장점을 합친 것이 특징으로, 두 제품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제품군이 자사의 기존 시장인 레이저와 잉크젯을 잠식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HP 코리아 김대환 사장은 "새로운 기술 개발로 자사의 기존 제품군이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자신에게 맞는 기술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롭게 출시되는 페이지 와이드 제품군은 모델에 따라 분당 최대 75매까지 출력할 수 있으며, 오는 4~5월 사이 각 기업 규모에 맞는 모델이 출시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일반적인 A4 크기 외에 A3까지 인쇄할 수 있는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단, 일반 가정용 제품은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 제품의 특성상 월 최소 4,500장 이상을 출력하는 기업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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