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결함에도 병에 걸리지 않는…美연구팀 58만명 DB분석 13명 발견
“환자보다 건강한 사람 연구해야”
할리우드 영화 ‘언브레이커블’에서 ‘강철 몸’을 지닌 슈퍼히어로 데이비드(브루스 윌리스)의 비밀을 밝혀낸 사람은 ‘유리 몸’을 한 엘리야(새뮤얼 잭슨)이다. 작은 충돌에도 뼈가 부서지는 자신과는 정반대로 어떤 충격에도 끄떡없는 사람이 존재할 것이라고 추론했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1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린 한 논문에서 어떤 유전적 결함에도 병에 걸리지 않게 하는 ‘슈퍼 히어로 DNA’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BBC가 보도했다.
미국 뉴욕 아이칸의대 에릭 샤트 박사팀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전 세계 58만9306명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3명은 심각한 유전자 결함을 타고났음에도 건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낭성섬유증, 가족성 자율신경이상증, 파이퍼 증후군, 스미스 렘미 오피츠 증후군 등 이름도 낯선 이들 유전 질환은 모두 DNA 이상으로 유년 시절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샤트 박사는 “수백만 년에 걸쳐 이뤄진 진화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면역 메커니즘을 창출했을 수 있다”면서 “대부분의 유전자 연구는 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 맞춰져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무엇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지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를 “아픈 사람 말고 건강한 사람을 연구하자”는 모토로 요약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불멸의 13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DNA를 제공할 때 사생활 보호를 위한 비밀 엄수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신원 공개에 동의한 사람들의 유전자를 제공받아 같은 연구를 새롭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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