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6일, 밸브의 게임 플랫폼 스팀에 가상현실(이하 VR) 게임 판매 페이지가 공개되면서 VR 게임을 보다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팀에서 판매되는 VR 게임을 즐길 때 필요한 기기는 현재 두 종류로 나뉜다. 하나는 국내에서도 PC용 VR 기기로 잘 알려진 오큘러스 리프트이고, 다른 하나는 HTC와 밸브가 협력해 개발한 PC용 VR 기기 HTC 바이브다.
국내에서 VR 기기라 하면 오큘러스가 개발한 오큘러스 리프트, 삼성전자가 개발한 기어 VR 두 기기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더 다양한 기능 및 높은 성능을 갖춘 HTC 바이브도 VR 게임 시장의 주자로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4월 6일 판매가 799달러(한화 약 92만 원)로 정식 출시됐다.
HTC 바이브는 오큘러스 리프트와 마찬가지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이하 HMD)를 머리에 쓰고, 별도의 조작기기로 게임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HMD에는 2160x1200 해상도의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90Hz의 주사율 및 110도의 시야각을 지원해 오큘러스 리프트와 큰 성능 차이가 없다.
그러나 HTC 바이브는 게이머 온몸의 움직임을 인식한다는 점에서 오큘러스 리프트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차이는 두 개의 공간감지기기(라이트하우스 센서)에 의한 것으로, HTC 바이브 사용 공간에 일정 거리를 두고 설치하면 게이머의 일거수일투족을 인지한다. 이를 통해 게이머는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비트는 정도에 그치는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동봉된 두 쌍의 전용 조작기기(트랙패드)는 게임 내에서 손, 총, 횃불 등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며, 게이머가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VR 게임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HTC와 밸브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현실 물체와의 충돌을 방지하거나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즐길 때 필요한 HMD의 전방 카메라, HTC가 개발한 스마트기기와의 연동 기능 등 HTC 바이브는 오큘러스 리프트보다 더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이 밖에 향후 다양한 외부 기기와의 상호 작용을 통해 HTC 바이브의 활용법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로 인해 높은 성능과 다양한 활용법을 두루 갖춘 VR 기기의 '끝판왕'이란 평가도 받는다.
HTC 바이브용 VR 게임은 스팀에서 구매할 수 있다. 금일(14일) 기준 스팀에 등록된 VR 게임은 총 170종으로, 이 중 HTC 바이브 대응 게임이 151종, 오큘러스 리프트 대응 게임이 76종이다. 판매 페이지에서 HTC 바이브 대응은 둥근 삼각형, 오큘러스 리프트 대응은 둥근 직사각형으로 표시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높은 성능과 활용성, 스팀을 등에 업은 다양한 콘텐츠 공급 등을 내세운 HTC 바이브지만 단점이 없지는 않다. 먼저, 경쟁 VR 기기보다 비싼 판매 가격이 발목을 잡는다. 주요 경쟁 상대로 꼽히는 오큘러스 리프트의 예약 판매가는 599달러(약 70만 원)이고,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4용 VR 기기 PS VR의 판매 가격은 399달러(한화 약 46만 원)로 발표됐다.
게이머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부분도 국내 게이머에게 높은 진입장벽이다. 북미, 일본 등 단독주택이 많은 해외와 달리 다세대주택이 대다수인 국내에서 HTC 바이브를 이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시키리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PC 권장 사양 역시 i5-4590 혹은 FX 8350급의 CPU, 지포스 GTX 970 혹은 라데온 R9 290 성능을 갖춘 그래픽카드, 램 4GB 이상으로 설정돼 오큘러스 리프트와 마찬가지로 약 100만 원 상당의 부품을 요구한다. 이 밖에 대한민국이 HTC 바이브 1차 출시 국가에서 제외돼 향후 출시 국가 목록에 오르기 전까지 국내 게이머는 HTC 바이브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HTC 바이브 현재 상용화 단계인 VR 기기 중 성능과 가격, 두 분야 모두 가장 상위에 위치한 기기"라며, "이런 HTC 바이브가 VR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선 경쟁 VR 기기를 따돌릴 만한 우수한 콘텐츠로 많은 게이머를 끌어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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