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조조전]은 같은 하나의 게임을 두고도 게이머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처럼 조영준 기자와 조광민 기자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설전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실제로 나눈 대화를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대화 형태로 편집한 기사를 준비했으며, 일부 비문이나 표준어가 아닌 문장도 섞여 있으니 양해를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 주)
[조영준, 조광민 기자] 지난 2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 매출 800억 원과 한국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10위 입성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이펀컴퍼니의 모바일 MMORPG ‘천명’이 서비스 시작한지 한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 게임은 론칭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 인기 1위를 기록한 것은 500대500으로 펼치는 대규모 PvP 콘텐츠인 국가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최고매출 순위 톱10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사랑 받고 있다. 다만, 게임의 출시에 앞서 국가전이라는 콘셉을 내세우며 지역 감정을 조장하는 듯한 이미지를 내세운 바 있어 논란이 있었고, 지역을 국내 사정에 맞춰 바꾼 국가전 시스템을 제외하면 기존의 중국 MMORPG와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조영준: 창세기전4 이후에 오랜만에 쓰는 조조전이구만. 어휴~ 워낙 반응이 뜨거워서 댓글 보는 재미에 한 동안 푹 빠졌다니까~ 격려 메일도 받고 말이야. 물론 육.두.문.자 가득한 한 줄짜리 메일이었지만 ㅋㅋ.
조광민: 아 그거 님도 받음? ㅋㅋㅋ. 나한테도 와서 아 정말 내가 기사를 제대로 썼구나 했었지 ㅎㅎ.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험험~~ 거 영준씨 고향이 어디오?
조영준: 나? 새로운 쇼핑의 메카 타임스퀘어와 정치 1번지 여의도를 품에 안은 사랑과 정이 넘치는 영등포 아니야~ 나중에 70살이 넘으면 우리 영등포 구민들을 위해 봉사할 계획도 가지고 있지. 근데 갑자기 고향은 왜?
조광민: 오늘 얘기할 게임이 천명이거든. 지역 감정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워 인기 끌고 있는 그 게임. 고향이 서울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당신은 천명에서 나랑 같은 국가가 아니었군. 난 경기도 부천 일세
조영준: 같은 수도권끼리 뭔 지역을 나눠? 님이 나고 자란 부천이나 영등포나 어차피 사랑과 정이 넘치는 험악한 동네인 건 마찬가지 아니야. 1호선 타면 금방인데 뭔 소리여 ㅋㅋ.
조광민: 아니 이번 조조전 게임이 천명이여서 그렇지. 근데 영준 기자 고향 마산 아니었어? 명절 때 마다 서울에서 마산까지 운전해서 간다고 불평 불만이 끊이지를 않더만?
조영준: 마산은 우리 본가가 마산이고. 아~ 그러니까 천명이 자신의 원하는 지역으로 소속을 결정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갑자기 고향 물어본 거구먼? 때끼! 이 사람!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지역 감정 운운하고 있어! 이번 선거 못봤어? 우리 나라 옛날 같지 않어! 그리고 천명 실제로 해보면 지역 감정을 유발하는 콘텐츠로 보이는 국가전이 그렇지 않은 콘텐츠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자동으로 적국이 매칭되니까. 맨날 경상이랑 전라만 치고 받는 것도 아니고.
조광민: 훗…경상 전라 이야기를 꺼내기를 기다렸지. 잘 걸려 들었어.
조영준: 이거 물리자 내가 실수 했다.
조광민: 늦었어 이미. 그래 지역 감정 유발하지 않는다는 게임이 론칭에 앞서서 진행한 사전 모집 광고를 그렇게 만드나? 멘트도 정확하게 기억나 ‘경상 vs 전라’ 이게 위에, 그리고 그 밑에 ‘말로만 싸우지 말고 직접 붙어라’ 이게 지역 감정 조장이지 아니야? 두 지역의 지역 감정을 이용한 자극적인 마케팅 아니냐고. 게다가 이 게임 출시 시점에는 선거도 앞두고 있었어 단순히 마케팅 실수로 보기에는 너무 뻔한 의도가 보이고, 애초부터 과한 설정 이었지.
조영준: 그래 그 부분은 이펀컴퍼니가 실수한 것은 맞아. 그래서 빠르게 이미지 수정하고, 멘트도 다 바꾸면서 조치 했잖아. 이후에는 지역 감정 유발 이야기가 나올까 봐 더 조심하면서 마케팅과 서비스에 노력을 기울였고, 서비스 첫날 인기 1위를 찍었어. 그리고 지금은 구글이랑 애플 양쪽 마켓에서 매출 순위 톱10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고, 이게 단순히 지역 감정만을 유발하고 이걸 전면에 내세워서 낼 수 있는 수치는 아닐 걸? 실제로 게임성이 탄탄하게 받쳐준다니깐?
조광민: 첫날 인기 1위야 구글 시스템에만 안 걸리게 부스팅 겁나 하면 되는 거고, 매출은 지역 감정 앞세워 세운거라니까! 그리고 진짜 이 게임에 지역 감정 유발이 없다고 생각해? 지역을 나눈 것 까지는 OK. 근데 익주, 예주, 형주 등 누가 봐도 중국 지명이고 게임 자체도 중국 삘 충만한데 왜 뜬금 없이 서울,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으로 지역을 나누고 이름을 갖다 붙여. 게다가 게임 안에서는 서울, 경기, 전라 이런 지역명이 보이지도 않아. 익주, 예주, 형주로 나오면서 왜 마케팅 할 때만 국내 지역을 거들먹거려? 이게 오해인가?
조영준: 그거야 처음에 국가 정할 때만 나오는 거고, 게임 내부에서는 중국 게임 현지화 하다 보니 글자를 많이 넣지 못하고 게임이 중국 풍인데 서울로 나오는 것도 웃겨서 중국 지명을 그대로 사용한 걸로 보여. 큰 문제는 아니잖아? 앞서 천명이 인기를 많이 끈 홍콩에서도 현지 지역 이름을 붙여서 서비스 했었고, 광민씨가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원래 지역 감정은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에서도 사용되는 거라고. EPL에서도 북런던 매치인 선더랜드 VS 뉴캐슬에서 지는 감독은 거의 해임 일보 직전일 정도로 얼마나 뜨거운데.
조광민: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이 이 게임은 애초에 지역 감정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 게임이라는 거야. 게임 내에는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으면서 그냥 현지 이름만 붙여서 서울, 경기 등으로 나눈 우리나라 배경의 국가전 입니다. 너희들이 알아서 감정 붉히면서 싸우시죠 이거라니까? 그리고 이게 제대로 먹혔는지. 천명 국가 채팅창만 봐도 하루에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채팅이 수도 없이 올라와. 다른 국가의 게이머가 부캐로 들어와서 막 지역 비하 발언을 쏟아내.
조영준: 물론 그런 게이머도 있을 수는 있지. 그런데 대부분 게이머들이 그런 게이머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비난하면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게 긍정적인 부분 아닌가? 물론 광민씨처럼 이거 자체가 불편한 게이머도 있겠지만, 국가전이라는 시스템의 재미를 살리는데 있어서 이만한 소재도 없었겠지, 봐봐 MMOPRG는 대규모 경쟁이 있어야 재미 있는 것은 사실이고.
조광민: 그러니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왜 국가전 콘텐츠로 정면 승부를 안하고 지역 감정 유발이라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이름을 더 했냐 이거지. 그냥 게임 내 지역 이름이나 소속으로만 갈등을 만들어도 충분하잖아. 마치 와우의 얼라와 호드의 경쟁처럼. 이건 그냥 한국 지명과 지역 이름을 활용한 지역 감정을 이용해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 걸로 밖에 안보여. 그리고 내가 진짜 이건 서글퍼서 이야기 안하려고 했는데. 내가 천명하면서 선택한 국가가 익주거든? 물론 나는 강원도가 고향도 아니고 특별한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야. 그냥 예전에 1년 정도 살면서 아름다운 추억이 있어서 여길 골랐어. 근데 맨날 다른 국가들이 매번 감자국, 감자국 하면서 시원하게 털더라. 나중에 밸런스 때문에 인천이 익주로 포함되긴 했는데 너무 늦었어. 이미 국가 밸런스는 안드로메다로 갔지. 이 게임 자체가 지역 감정, 지역 비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거라니까?
조영준: 이 양반 이거 때문이었구만, 익주가 인원이 없어서 매번 쉽게 털리는 것은 사실이지. 그리고 나도 자란 곳은 서울이고, 지금 사는 곳은 경기잖아? 알콩달콩한 신혼 생황을 경기도에서 누리고 있다고. 난 너무 행복한 지금 마음을 담아서 경기. 즉 형주를 택해서 플레이했지. (마누라 보고 있어? 내가 요즘 이렇게 행복해) 아 그리고 광민씨 이거 천명이 지금이야 국내에서 대전을 하지 나중에는 진짜 국가전으로 발전할 예정이야. 한국의 명예를 걸고 다른 나라랑 한 판 붙는 다니까 이때가 되면 광민씨 평가도 바뀔 거라고 생각해.
조광민: 제수씨 자랑은 그만하자 매번 하냐 어떻게. 그리고 지역 감정 이야기는 나도 이제 지친다.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자. 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지역 감정 더 언급하자. 이 게임 지역 감정 유발하는 국가전 빼고 다른 중국산 MMORPG랑 뭐가 달라? 그리고 게임 이름까지 천명이라고 하면서 강조한 500대500 대규모 PvP 이거 다른 중국 게임에도 있는 콘텐츠야. 얘만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고, 조만간 룽투코리아에서 출시할 예정인 ‘검과마법’에도 500대500 대결 콘텐츠가 있더라. 더 찾아보면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 같은데?
조영준: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꼭 차별화 포인트나 매우 신선한 콘텐츠가 필요한 것은 아니잖아? 봐봐 2013년에 라스트오브어스가 최다 GOTY를 수상했는데. 라스트오브어스가 어디 아주 신선한 게임인가? 기존 게임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고 강화하면서 재미를 전해줬다는 말이야. 천명도 이러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지. 그리고 광민씨 말처럼 특별한 콘텐츠가 없어 보인다고 쳐도 이만큼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에는 게임에 매력이 있기 때문 아니겠어? 그리고 서비스를 진행 중인 이펀컴퍼니가 그만 큼 마케팅과 일을 잘 한거고, 실제로 나는 천명을 플레이하면서 단점을 찾아보기가 힘들더라.
조광민: 단점을 찾기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장점도 없지. 그리고 천명이랑 뮤 오리진이랑 다른 것도 찾기 힘들더라. 뮤 오리진은 뮤라는 껍데기라도 있지 이건 뭐 그냥 뻔한 중국 삼국지 MMORPG잖아. 시간 맞춰서 화면 터치만 해주는 화분에 물주기 식 중국 MMORPG 쳐다도 안보는 게이머가 얼마나 많은데.
조영준: 근데 지금 인기나 매출 순위를 보면 천명이 제대로 통했다니까. 국가전의 경우에도 일부 능력치 보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무조건 많이 지른 게이머나 레벨이 높은 게이머가 이기는 것도 아니고, 콘텐츠도 정말 끝이 안보일 정도로 많이 준비했고, 그래픽도 이 게임의 용량을 생각하면 정말 수준급이라니까. 나는 우리나라 게임이 1기가 훌쩍 넘기는게 정말 불만인데, 진짜 이 정도면 중국 게임 기술 인정해줘야지.
조광민: 뭐 중국 게임사가 MMORPG 만드는 능력은 인정해. 근데 이제 게임 일러스트, 스크린샷 하나만 봐도 이게 양산형 MMORPG 인지 아닌지 보이더라.
조영준: 에이 해보지도 않고 그건 아니지. 그리고 이거 국가전 할 때 진짜 화면에 적들이 가득 차는데 이게 진짜 기존 게임이 주지 못한 재미를 전해주더라. 뭐 광민씨가 다른 게임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어야 말이지. 이런 면에서는 천명이 500대500이라는 대규모 전쟁의 재미를 모바일에서 제대로 전해 준거야. 500대500의 대결은 PC온라인에서 구현하기 힘들다고.
조광민: 모바일이니까 구현할 수 있었지. 봐봐 국가전 진행할 때 내 캐릭터 근처 캐릭터 말고는 보이지도 않고 캐릭터가 있어야할 부분에 공격이랑 방어 마크만 떠다니는데 이게 뭐가 대단하든 건지 난 모르겠다. 실시간으로 1000명이 한 화면에 나오는 거라면 또 몰라.
조영준: 그게 옵션을 잘 보면 아군 안보이게 하기 적군 안보이게 하기가 있는게 그거 설정 해제하면 진짜 폰 안에서 신세계가 펼쳐진다니까? 와 이게 진짜 대륙의 스케일이구나 한다니까? 그리고 공격, 방어 마크만 떠다닌다고 해도 그 대규모 인원이 우르르 몰려서 싸우는 것 자체가 진짜 재미있어. 이거 한번 보면 빠져든다니까?
조광민: 여봐 계속 얘기하는데 국가전 뿐이야. 다른 것 좀 이야기 해봐.
조영준: 이 게임 자체가 국가전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고 다른 것은 기존 MMORPG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가져오고 틀을 따른 것이다 보니 나도 국가전 얘기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지만 이게 단점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중국식 MMORPG를 플레이 하지 않는 게이머도 많지만, 이거 재미있게 플레이 하는 게이머도 많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회사에서 쉬는 시간에, 집에서 애 보면서, 여자친구를 만나서도 주머니 속에서 몰래 즐기기에 이만한 게임이 없다고. 당신이 가장의 마음을 알아?
조광민: 애도 없는 사람이 무슨 애를 보면서 게임한 것처럼 얘기해.
조영준: 언젠간 낳겠지 뭐. 요즘 아이 키우는데 1억 훌쩍 넘는 다는데 얼마나 고민되는지…
조광민: 아 님 가정사는 오프라인으로 말하시고요. 아무튼 난 차별화 포인트가 지역 감정이라는 것에는 변함 없고, 크게 언급할만한 다른 콘텐츠도 없는 것 같으니 슬슬 이쯤에서 마무리 해야 될 것 같다. 먼저 정리해보시죠.
조영준: 선거철과 맞물리며 자연스럽게 화제가 된 게임. 비록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나 지역 대결을 메인 콘텐츠로 내세운 것이 제대로 먹혔다. 여기에 500대500의 게이머들이 맞붙는 대규모 대결을 통해 모바일게임에서 MMORPG 못지 않은 방대한 스케일의 전장을 구현해 내는 것도 성공했다. 향후 모바일 MMORPG 역시 이와 같은 형태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것도 천명을 주목해야 될 이유 중 하나.
조광민: 중국의 모바일 MMORPG 수준이 물올랐다는 것은 인정한다. 솔직히 국내 개발사가 만들어도 이정도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다만 천명의 경우 기존의 중국식 MMORPG와 큰 차이도 없고, 500대500이라는 대규모 PvP도 조만간 지금의 중국식 MMORPG처럼 널리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별다를 차별화 포인트가 없는 상황에서 의도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지역 감정을 부추기는 듯한 게임 밖의 무리한 설정이 불편한 것은 나만이 아닐 듯.
조영준: 아! 그러고 보니! 원래 내가 단점 지적하고 광민씨가 실드치고 장점을 부각 시키는게 조조전이었잖아!
조광민: 그걸 이제 깨달은 거임? ㅎㅎ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영준 기자 zoroaster@donga.com, 조광민 기자 jgm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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