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발명가 단 로세가르더가 로테르담에 공개한 ‘스모그 프리 타워’. 탑 높이는 약 7m로 시간당 3만 ㎥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맨위쪽). 스모그 프리 타워에서 포집한 미세먼지(아래쪽). 스튜디오 로세가르더 제공
최근 주말마다 한반도를 덮치는 황사와 미세먼지의 ‘공습’이 심상치 않다. 황사는 사막 등에서 대기 중으로 올라간 흙먼지다. 미세먼지는 입자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이하인 작은 먼지를 뜻한다. 황사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것은 미세먼지로 분류되기도 한다. 초미세먼지는 지름 2.5μm 이하로 이보다 더 작은 입자를 말한다.
과학계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세먼지 발생을 막을 수 없다면 대기 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를 잡자는 것이다. ○ 빌딩에서 물 뿌리고, 정전기로 미세먼지 끌어당겨
미세먼지를 없애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빗물에 씻겨 내려가게 하는 것이다. 가뭄이나 산불 해결에 주로 쓰이는 인공강우는 미세먼지 제거에도 활용될 여지가 크다. 인공강우는 비행기나 로켓, 지상발생기 등을 이용해 강우촉진제를 쏘아 올려 빗방울이 맺히게 한다. 미세먼지가 ‘구름 씨’ 역할을 하고, 강우촉진제로 쓰이는 요오드화은이 구름 씨를 중심으로 공기 내 수증기를 뭉치게 만들어 빗방울을 만든다.
비를 내리게 하는 대신 고인 빗물을 고층빌딩 옥상에서 스프레이처럼 흩뿌리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물을 뿌려 흙먼지를 잠재우자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국 소속 물리학자인 사오차이 위 박사는 2014년 환경과학 분야 학술지 ‘환경화학 레터스’에 이 같은 아이디어를 처음 공개했다. 빗물을 재활용하는 만큼 비용이 적게 들고 친환경적이다.
미세먼지가 가진 극성을 이용하는 기법도 나왔다. 네덜란드 발명가인 단 로세가르더는 땅속에 코일을 묻은 뒤 정전기장을 발생시켜 미세먼지가 땅에 달라붙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전기를 띤 책받침이나 풍선 표면에 먼지가 잘 달라붙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지난해 ‘스모그 프리 타워’를 공개했다. 먼지 입자에 전기적 성질을 띤 이온을 붙인 뒤 전극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끌어당기도록 했다. 탑 높이는 약 7m로 시간당 3만 m³의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 나노 섬유 이용한 황사마스크 개발
서해를 건너오는 중국발(發) 미세먼지는 바다를 건너오기 전에 미리 차단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다니엘 로센펠드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팀은 미세먼지가 바다 위에 생성된 물방울들과 충돌해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이 비로 내리면서 대기 질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02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드론(무인기)을 이용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도 고안됐다. 드론에 미세먼지 제거 필터를 실은 뒤 공중에 띄우는 것이다. 드론 한 대로는 큰 의미가 없지만 수십, 수백 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드론이 수시로 충전할 수 있도록 상공에 열기구와 비슷한 형태의 드론 충전소를 띄울 수도 있다.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공학부 교수(미래부 초미세먼지피해저감사업단장)는 “고출력 레이저로 미세먼지를 분해하거나 지상에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세워 미세먼지를 제거하자는 주장도 있다”며 “미세먼지가 한 나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만큼 미세먼지 저감 기술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일차적으로 걸러 주는 황사마스크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 황사마스크는 정전기를 이용한 필터를 쓰고 있어 입김이 닿으면 성능이 떨어진다. 박 교수는 “거미줄처럼 얽힌 나노 섬유를 이용해 호흡하기에 좋고 습기에도 강한 황사마스크를 개발해 시제품 제작까지 마쳤다”며 “미세먼지 제거 효율도 한층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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