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간만에 성과를 내고 있다. 신형 스마트폰인 '갤럭시S7 엣지'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일본 시장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S7 엣지가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가격 비교사이트인 카카쿠 닷컴의 휴대폰 전체 인기 순위에서 1위(도코모 버전)와 5위(au 버전)를 기록, 6월 7일 현재까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2위는 일본의 저가폰 전문 업체인 플러스원마케팅의 '프리텔 사무라이 레이'가 차지했으며, 그 뒤로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의 '엑스페리아X 퍼포먼스', 에이수스의 '젠폰 고'가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동안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한 애플은 아이폰 SE 64GB 버전이 8위를 차지한 것 외에는 2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위권에 올라온 제품의 상당수가 'SIM 프리' 제품인 것도 눈에 띈다. SIM 프리 제품은 '언락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통신사 상관 없이 단말기만 단독 구매해 SIM 카드를 꽂아 바로 쓸 수 있다. 플러스원마케팅, 에이수스, 화웨이 등의 제품은 SIM 프리 버전이라도 2~3만엔 남짓의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시장 전반의 경기 둔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현지화 전략도 효과를 봤다. 삼성전자는 일본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의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 갤럭시S6 시리즈부터 제품 전면에 삼성 로고를 넣지 않고, 대신 제품 후면에만 '갤럭시' 로고를 넣기 시작했다. 기능 면에서도 현지 사정에 좀 더 가까워졌다. 일본 소비자들은 유난히 방수 기능을 선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작인 갤럭시S6와 S6 엣지는 갤럭시S5에 있던 방수 기능을 제외했으나 갤럭시S7 엣지에는 다시 방수 기능을 넣었다.
제품에 회사 로고를 빼는 전략은 사실 세계 1위의 스마트폰 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굴욕에 가깝다. 하지만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그럴 여유가 없다. 작년 기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한자릿수의 시장 점유율에 그쳤다. 소니나 샤프 등 일본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도 힘이 부친다. 삼성전자의 절치부심이 결실을 거둘지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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