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을 뛰어넘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 ‘흑린’ 인기 높아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4일 14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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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반도체 소재 후보로 각광 받는 흑린과 관련된 연구성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흑린이란 검은색 인(P)이 2차원 평면으로 결합돼 있는 물질이다. 이전까지 ‘꿈의 소재’로 불리던 그래핀에 대한 연구가 주춤하는 사이 흑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원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장팀과 임성일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팀은 2차원 흑린을 이용한 플래시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플래시 메모리 소자란 흔히 USB 메모리스틱에 쓰이는 기억장치로 실리콘을 기반으로 해 만든다. 오늘날에도 이미 쉽고 빠르게 정보를 쓰거나 지우고 읽을 수 있지만 점점 더 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구전압이 커지고, 한 번에 읽고 쓰는 속도를 높이는 데도 한계에 다다르면서 실리콘을 뛰어넘는 새로운 반도체 소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연구팀은 메모리를 저장하는 데 전자만을 이용하는 실리콘과 달리, 흑린이 전자와 전공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양극성 소재’라는 점에 주목했다. 양극성 소재를 쓰면 메모리를 한 번에 읽고 쓸 수 있는 양을 결정하는 특성인 ‘메모리 윈도’를 기존보다 더 넓힐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황도경 KIST 선임연구원은 “아직 기초적인 단계인 만큼 상용화된 실리콘 기반 플래시 메모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흑린 기반 플래시 메모리의 이론적인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 정보를 저장하고 쓰는 데 필요한 전압도 이론적으로 더 낮아 대용량을 쓰고 저장하는 데 실리콘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 7일자에 실렸다.

한편 배명호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측정센터 책임연구원팀은 흑린을 이용해 열전소자를 만드는 길을 열었다. 열전소자란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소자로, 체온과 외부 온도 차이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거나 자동차 엔진에서 나오는 열로 전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3차원 구조 흑린 속에서 전하들이 열전현상에 한해 평면방향으로 움직이며, 기판과 상호작용을 통해 제어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배 연구원은 “향후 열전 반도체 소자로 흑린을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흑린과 기판의 상호작용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데, 기판의 불순물을 조절하거나 절연체를 활용해 흑린 반도체의 열전현상을 제어할 수 있음을 보인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나노기술 분야 학술지 ‘나노레터스’ 5월 25일자에 실렸다.
이우상동아사이언스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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