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본격화되는 넥슨 게이트, 큰 대포로 돌아온 리즈 시절의 실수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6월 20일 10시 54분


코멘트
2005년도에 진행됐던 넥슨의 비상장 주식매매 사건이 현재의 넥슨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120억 원 시세 차익으로 촉발된 사건은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참고인 신분 검찰조사 이후 김정주 NXC 대표의 검찰 소환까지 예고되는 수순에 이르렀다.

넥슨 측은 신작 '서든어택2' 등으로 활발히 뻗어나가야 할 타이밍이지만 주춤해질 수 밖에 없었고, 기자간담회 등 민감한 이슈가 될만한 행사는 모두 취소하는 모습이다.

넥슨 로고 (출처=넥슨)
넥슨 로고 (출처=넥슨)

일반 회사에서도 흔히 벌어질만한 개인 간의 주식 매매였고 4달간 주식 금액을 대여해준 것이 사건의 골자이지만, 진경준 검사장의 징계 검토와 넥슨 대표 소환까지 이어지는 큰 파장에 업계는 움찔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리즈 시절의 옥에 티가 큰 화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크게 성공한 후에는 젊은 날의 행보가 어떤 형태로든 큰 파장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 미리미리 대비하라고 경종을 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 2005년도의 넥슨은 막 성장을 위해 발돋움하는 업체였다.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던 회사가 '메이플스토리'의 성공 이후 간신히 살아났고, 뒤이어 '카트라이더'가 국민 게임으로 등극하면서 분기 매출 500억 원을 막 넘겼었다.

매출이 2조를 훌쩍 넘는 지금의 공룡기업이라기 보다는, 현재의 선데이토즈와 같이 스타트업에서 중견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는 기로에 선 회사였던 것이다.

만약 넥슨이 지금도 그때의 규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매출이 2천억 원 수준에 이르는 작은 회사였다면 이처럼 사태가 커졌을 것이라 판단이 되진 않는다. 매출 2조가 넘는 공룡회사와 검사장 후보 사이에서 생겨난 파장이기에 거품처럼 부풀어오르고 커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넥슨의 입장은 명확하다. 넥슨은 "2005년 당시 퇴사한 임원이 자신이 갖고 있던 비상장 주식을 외부 투자회사에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왔다. 회사의 안정적 경영을 위해 장기투자자를 급하게 물색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 등이 매수 의사를 밝혀왔다"며 "회사의 자금대여는 매수인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진행됐고 대여자금은 실제로 근시일 내에 모두 상환돼 당해 연도에 모든 거래가 완료됐다"고 공식 해명했다.

2014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김정주 NXC 대표(왼쪽) 발표 (출처=게임동아)
2014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 김정주 NXC 대표(왼쪽) 발표 (출처=게임동아)

실제로도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진경준 검사장이 자신의 차액을 이렇게 정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혀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었고 실제로도 법적 문제는 없기에 발표가 되었지만,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국민 정서다.

현재의 넥슨은 분기 5백억 원짜리 작은 회사가 아니다. 이번 1분기 매출만 5천억 원이 넘는다. 그리고 진경준 검사가 손에 쥔 120억 원은 일반 국민이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쥘 수 없을만큼의 큰 돈이다.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친구를 잘 사귀어서 생긴 수익 치고 너무 크다며 반발심을 가질만한 액수다.

친한 친구에게 주식 거래 좀 하게 해주는 일이야 일반 기업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흙수저와 헬조선으로 비하되는 현 국내 정서에 2조원의 대기업과 검사장의 120억 원 시세차익은 어느정도 스크래치를 남기는 모양이다.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넥슨과, 일개 검사에 불과했던 두 사람의 우정. 하지만 그 리즈 시절의 차용증 없던 거래가 큰 대포로 돌아오고 있다. 넥슨 사태를 바라보면서 국내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들까지 티를남기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고 다시 한 번 되새김질하게 된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