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인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59)과 중국 알리바바 마윈 회장(52)은 각별한 사이다. 알리바바의 ‘신화창조’에 손 회장은 결정적 기여를 했다.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사람은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 소프트뱅크의 도움으로 ‘저팬 야후’를 설립한 그는 1997년 중국 만리장성에서 영어가 능한 관광 가이드를 만났다. 바로 마윈이다.
▷제리 양과 마윈은 우연한 만남에서 인터넷 시장의 밝은 미래에 대해 공감한 듯하다. 1999년 알리바바를 차린 마윈이 투자자를 찾고 있을 때 제리 양이 손 회장을 소개해 줬다. 한눈에 잠재력을 알아챈 손 회장은 만난 지 6분 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 결정을 내렸다. 그 인연으로 손 회장이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들이 최근 각기 다른 행보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1일 러시아에서 열린 비즈니스포럼에서 마 회장은 “알리바바 창업이 인생 최대 실수”라고 한탄했다. 일에 쫓기는 삶을 들먹이며 “다시 삶이 주어진다면 이런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60세 은퇴’를 공언한 손 회장은 퇴임 1년을 앞두고 “적어도 5∼10년간 사장으로 활약하겠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미국 통신사 스프린트를 인수하면서 빚에 허덕이고 있는데 부채 해결과 스프린트 재건을 위해 신발끈을 다시 조이는 것으로 보인다.
▷마 회장의 후회는 본심일까, 가진 자의 여유일까. 한국 누리꾼들은 ‘모든 걸 다 가져본 사람이 하는 배부른 소리’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는 그 탐욕이 실수’라며 냉소한다. 꼭 그렇게만 볼 일도 아니다. 손 회장은 주식이 폭등해 1주일에 1조 원씩 재산이 늘었을 때를 떠올리며 이런 얘기를 했다. “돈 욕심이 완전히 없어지더라. 주저함이나 기쁨 같은 기분이 제로가 된다.” 곧 인터넷 버블이 터졌고 “돈 필요 없어”라고 뻐기다 부채로 인해 고민에 빠진 것도 한순간이었단다. 돈과 성공을 움켜쥐었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넷 제국을 호령하는 두 사람도 호랑이 등에 올라탄 신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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