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코 오현택 대표, "뇌파 측정은 고전적 발상, 하지만 혁신의 발판이 될 것"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6월 27일 13시 35분


자신의 뇌파만으로 기기를 조작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21세기에 '내 귀에 도청장치'는 없을지 몰라도 '내 머리에 연타장치'는 지금도 충분히 체험해볼 수 있다. 바로 이슈코에서 개발 및 서비스 중인 시뮬레이션 모바일게임 '개구리들 클리커'가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들 클리커 플레이 화면 (출처=이슈코)
개구리들 클리커 플레이 화면 (출처=이슈코)

'개구리들 클리커'는 이른바 '클리커'류로 불리는 시뮬레이션 모바일게임으로, 화면을 터치해 돈을 모아 더 다양한 아이템과 캐릭터를 구입하거나 미니게임을 즐기는 패턴까지만 살펴보면 여타 게임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유료로 판매 중인 '개구리들 에브리웨어'를 통해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연동하면 단순히 화면을 터치하거나 플레이 화면을 방치하는 일반적인 '클리커'류 게임과 차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뇌파 측정기를 착용한 게이머는 화면에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아도 화면을 터치한 것처럼 다량의 골드를 획득할 수 있다. 연타 속도가 올라갈 때마다 분위기를 탄 개구리의 격렬한 댄스는 덤이다. 이러한 '개구리들 클리커'가 탄생한 계기에 대해 1인 인디게임 개발사 이슈코의 오현택 대표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이슈코 오현택 대표 (출처=게임동아)
이슈코 오현택 대표 (출처=게임동아)

Q. '개구리들 클리커'의 개발진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A. 이슈코란 회사 이름은 '화제'(issue)가 되고, '아이콘'(icon)이 되겠다는 의미로 지었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 창작과 예술을 결합해 게이머들에게 신기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주고자 한다. 최근에는 게임을 만들고 있지만, 게임과 앱의 경계를 두지 않고 정말로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세 종류의 게임을 개발했으며, 게임마다 디자이너가 다르다. '개구리들 클리커'의 경우, 본인과 디자이너를 맡은 서울예술대학교 디지털아트학과 김진솔 학생 둘이서 3개월 동안 개발했다. 김진솔 학생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인원을 모집할 때 게임 콘셉트에 가장 잘 부합하는 포트폴리오를 보내줘서 함께하게 됐다.

Q. '개구리들 클리커'에 가장 잘 부합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라 하면 어떤 의미인가?

A. 아동이 그린 것 같으면서도 특징이 명확한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개구리들 클리커'는 해외에서 유행하던 개구리 캐릭터를 모티브로 삼은 게임이다. 이때 다른 사람들의 2차, 3차 창작물들을 주목했고, 그림판으로 대충 그린 그림이지만 여기서 느껴지는 마이너한 감성에 사람들이 재미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개구리들 클리커' 역시 이것에 중점을 맞춰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실제로 디자이너에게 일반인이 그림판 프로그램과 마우스로 그린 그림처럼 그려달라고 많이 부탁했다. 본인이 먼저 그림판으로 그리고, 이것을 디자이너가 완성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너무 화려하게 그려주어서 수수한 그림으로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로 인해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한 게이머들은 색다른 경험이라고 호평하기도 했다.

Q. 그래픽 외에 게이머들이 '개구리들 클리커'를 플레이하면서 알아봐줬으면하는 특징이 있다면?
A. 어린 게이머를 포함해 누구나 쉽고, 가볍게,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고자 했다. 클리커류의 메인 콘텐츠 외에 5종의 미니게임이 존재하고, 이 중에는 개구리 캐릭터마다 뒷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임도 있다. 이 밖에 개구리들이 살아있는 캐릭터처럼 보이도록 무작위 패턴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개구리들 에브리웨어 플레이 화면 (출처=이슈코)
개구리들 에브리웨어 플레이 화면 (출처=이슈코)

그리고 최적화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배경음악 7곡, 도시배경 20장과 수많은 캐릭터, 아이템들이 들어있지만 게임의 용량은 약 8MB에 불과하다. '개구리들 에브리웨어'의 경우,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가 추가된 만큼 '개구리들 클리커'보다 용량이 2MB 정도 더 많다. 유니티, 언리얼 등의 게임 엔진 없이 직접 입력한 내용 그대로 컴퓨터에서 구동되는 네이티브 코드로 개발한 덕분이다. 또한, 어떤 권한도 사용하지 않았고, 인터넷 없이도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리소스 로딩을 분산해 게이머에게 별도의 로딩이 느껴지지 않게끔 조치했다. 구형 기기를 보유한 게이머도 다른 게이머와 동등하게 게임을 플레이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실제로 다수의 게이머가 기기의 저장 용량이 512MB에 불과한 기계를 사용 중인 중남미 지역에서 많은 인기를 얻어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스페인어 번역에 나서주기도 했다. 이러한 게이머들에게 컴투스가 개발한 '미니게임천국' 같은 게임을 선보이고 싶었다. 수익엔 크게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게임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는 수준에서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Q. '개구리들 클리커'와 웨어러블, 특히 뇌파 측정기와의 연동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A. 웨어러블의 경우, 초기에는 스마트 워치 연동만 준비 중이었다. 앱의 최적화가 뛰어난 덕분에 실제로 오래된 스마트 워치에서도 아무 부담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와중에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게임을 소개할 기회를 얻었고, 또 다른 실험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뇌파 측정기와의 연동 작업에 나섰다.

개구리들 에브리웨어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개구리들 에브리웨어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현대의 심리학은 뇌과학이다. 덕분에 학부 전공으로 심리학을 배울 때 뇌파를 통해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분석하는 수업도 들을 수 있었다. 최근 주목받는 스마트 워치나 가상현실(VR)에 비하면 뇌파 측정기는 아주 고전적인 기기라고 할 수 있지만 때로는 고전에서 해답을 얻어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신규 기기와의 결합을 떠올렸다. 개인적으로는 게이머가 입력 장치를 활용하기 어려운 가상현실 콘텐츠에 뇌파 정보는 요긴한 인터페이스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Q. 뇌파 측정기를 착용해 '개구리들 클리커'를 플레이할 수 있는 원리는 무엇인가?
A. 사람은 집중하면 베타파가 활성화되며, 뇌파 측정기는 이 베타파의 강도를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게이머가 스크린에 집중하면 발생하는 베타파로 화면이 터치되도록 개발했다. 이처럼 간단한 발상으로 연동을 시도해보니 마치 염력을 사용하는 것과 같아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얻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캐릭터처럼 집중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게이머를 만났을 땐 매우 놀랐다.

Q. 새로운 시도로 인해 기대도, 불안도 컸을 듯하다. '개구리들 클리커' 완성도에 대해 자평하자면?

A. 일단은 인디정신에 입각해 여러 방면으로 도전 중이지만 성공할 확률이 낮다는 건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개구리들 클리커'의 웨어러블 기기 연동, 볼 폼 없는 그래픽 등에 도전하고 나니 독특할수록 위험 부담이 크단 걸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좀 더 예술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싶기 때문에 계속 인디게임을 개발에 나설 생각이다.

개구리들 에브리웨어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개구리들 에브리웨어 플레이 화면 (출처=게임동아)

특히, 기획 의도를 알아차리는 게이머를 만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과거에 주식 투자 관련 게임을 개발했을 때 실제 주식 패턴과 최대한 유사하도록 신경을 쓰니 알아봐 준 게이머들이 있어서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개구리들 클리커' 역시 화면을 터치했을 때 눈을 뜨는 컷인 연출부터 댄스 모션까지 심리학적인 테크닉을 넣었고, 이런 예술적인 콘셉트를 알아봐 준 게이머들이 존재했다.

Q.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A. 먼저, '개구리들 클리커'에 미니게임의 종류를 더 추가하고 싶다. 스토리, 캐릭터 등을 추가하면서 10MB 용량 안에 미니게임 12종을 수록하려고 한다. 차기작으로는 우주의 다른 행성들을 여행하는 게임을 구상 중이다. 우주환경을 가상현실 콘텐츠로 보여주고, 이를 통해 안정을 되찾은 게이머는 자신의 뇌파 중 알파파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방식이다. 스마트 워치의 센서를 인식해 수영하는 듯이 동작을 취하면 우주에서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최근 구글 I/O에서 데이드림이라는 가상현실 플랫폼이 발표됐다. 여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가상현실 콘텐츠 시장이 아직 파편화된 모양새였으나 구글에서 플랫폼을 주도한다고 하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서버, 리더보드 등 무료로 제공하는 게 많아 구글이란 회사와 기술 등을 좋아한다.

이 밖에 스마트폰과 무선조종 자동차를 연동시키거나, 뇌파 측정기, 스마트 워치 연동과 같은 실험을 계속 이어가고 싶지만 이를 위해선 수익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 좀 더 고민하고 있다. 만약 여건이 된다면 가상현실 콘텐츠에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접목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경험을 구현하고 싶다.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앱을 통해 재미 혹은 신선한 경험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임화 작업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이슈코 오현택 대표 (출처=게임동아)
이슈코 오현택 대표 (출처=게임동아)

Q. 마지막으로 게임 개발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먼저,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 달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실패에서 배울 점을 찾고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것이 실패를 두려워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게이머들이 더 다양한 게임과 가능성을 찾아주시는 경향이 생기면 게임 시장이 바뀌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현재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소규모 게임에 대해 관심이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게임이 비슷해진다는 비판도 좋지만 게이머들이 변화를 주도하는 행동을 나타내고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게임업체 및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김원회 기자 justin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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