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대 48.1%. 이번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다. 투표에서 단 한 표가 결과를 가를 때도 있다. 과학에서도 숫자는 중요하다.
19세기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은 다윈의 진화론에 반기를 들었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지구의 나이는 1억 년 안팎, 태양이 빛을 내놓은 기간은 2500만 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지구 생명체의 진화에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톰슨이 틀렸다. 당시 그가 몰랐던 지구의 에너지원이 있었으니 바로 방사능이다. 더구나 톰슨은 태양을 석탄으로 생각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태양이 수소핵융합으로 탄다는 것을 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튀코 브라헤가 남긴 천문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성의 궤도를 연구했다. 3년의 분석 끝에 원궤도를 찾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낙담한다. 데이터가 60분의 8도의 오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각도기를 보면 1도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시했을지도 모를 오차였다. 여기서 케플러는 화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고 주장하며 도약을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우주의 운동은 완벽한 도형인 원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갈릴레이조차 케플러의 타원 궤도를 믿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모든 행성이 타원 궤도를 돈다는 것을 안다. 이를 케플러 제1법칙이라고 부른다. 숫자는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 에너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미국이 시리아에 무관심하면서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한 것은 석유라는 에너지 때문이다. 우리도 원전, 태양광 등 에너지 문제로 시끄럽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숫자는 핵심이다. 숫자들은 상황이나 조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틀은 변하지 않는다. 에너지 문제를 보는 정량적 사고의 틀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에너지를 정량적으로 다루려면 단위부터 알아야 한다. ‘kW(킬로와트)’는 출력, 즉 시간당 에너지의 생성·사용을 나타낸다. 에너지를 생성·사용하는 속도로 보면 된다. 이런 속도로 1시간 사용한 에너지양은 ‘kWh(킬로와트시)’로 나타낸다. 뒤에 시간(hour)의 머리글자 ‘h’를 쓴 것뿐이다. 일반 가정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대략 1kW 정도다. 자동차 엔진은 대략 100kW의 에너지를 낸다.
1kWh의 에너지를 얻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방법에 따라 단가가 다르다. 석탄 4원, 석유 23원, 전기 100원 정도가 든다. 경제성만 놓고 보면 석탄이 가장 우수하다. 같은 양으로 만들 수 있는 에너지를 비교해 보면 석탄이 1일 때, 석유는 2, 핵분열 400만, 핵융합 1200만이다. 핵분열을 이용하는 것이 현재의 원전이고, 핵융합은 미래의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원전의 생산단가 계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고 위험이나 폐기물 처리 비용을 추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원전은 위험을 모두 무시하면 가장 좋은 에너지원이다. 물론 원전사고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재앙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태양광의 경우,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는 m²당 1kW 정도다. 따라서 자동차를 움직이려면 100m²의 태양전지가 필요하다. 자동차 위에 가로세로 10m짜리 태양전지를 얹을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위치하고 태양전지의 효율이 100%일 때 이야기다. 태양광 자동차가 실용화하기는 힘들 거다. 원전 1기에서 만드는 에너지가 100만 kW 정도 되는데, 태양전지로 가로세로 1km 크기의 태양전지를 설치하면 대체할 수 있다. 물론 전지의 효율, 맑은 날수, 태양광의 입사각도 등을 고려하면 면적은 더 커진다.
가정에서 태양광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한 가정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는 24kWh 정도. 하루 평균 4시간 정도 수직으로 태양광이 내리쬐고 태양전지 변환효율이 25%라면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태양전지를 지붕에 설치하면 된다. 이 정도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려면 정부보조금을 받고도 800만 원 정도 든다. 1년 전기료가 대략 87만 원 정도 되니까 10년을 써야 겨우 본전이란 얘기다. 태양광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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