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입이 바싹’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류마티스내과 방문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쇼그렌증후군
외분비샘에 원인불명 만성염증으로 침-눈물 줄어드는 자가면역질환
여자에게 9배 정도 많이 발생하고 류마티스 관절염과 함께 나타나기도
완치 방법은 없지만 치료 통해 건조증상 완화시키고
침샘 파괴되지 않도록 하면 일상생활서의 불편함 줄일 수 있어

《주부 권지영 씨(46)는 6개월쯤 전부터 침이 잘 나오지 않고 입이 마르는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증세가 심해지더니 급기야 입 안이 화끈거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별 증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자 병원을 찾았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은 끝에 쇼그렌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쇼그렌증후군은 몸 밖으로 점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원인불명의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침과 눈물의 생성이 줄어들면서 입과 눈에 극심한 건조 증상이 나타나 심한 불편감을 겪게 된다. 동아일보DB
쇼그렌증후군은 몸 밖으로 점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원인불명의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침과 눈물의 생성이 줄어들면서 입과 눈에 극심한 건조 증상이 나타나 심한 불편감을 겪게 된다. 동아일보DB
우리는 흔히 긴장하면 ‘입이 바싹 마르고 타들어 간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실제로 입 안에 침이 나오지 않아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을 겪게 되는 질환이 있다. 쇼그렌증후군이 다. 몸 밖으로 점액을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원인 불명의 만성 염증이 생겨 침과 눈물의 생성이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이 질환의 특징이다. 쇼그렌증후군은 침과 눈물이 줄어들면서 입과 눈에 극심한 건조 증상이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병을 처음 발견한 스웨덴 의사 헨리크 쇼그렌의 이름을 따 병명을 붙였다.

증상의 정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쇼그렌증후군으로 인한 구강건조증이 발생하면 입 안이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음식을 씹고 삼키거나 말을 오래 하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혀의 표면이 건조해져 맛을 잘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잇몸질환이나 충치도 쉽게 생긴다. 쇼그렌증후군 자체도 문제지만 여러 문제로 확대될 위험성까지 생기는 것이다.

혀 밑이나 양쪽 귀 밑 뺨 등 침샘 부위가 붓고 아프며 열이 나기도 한다. 안구건조증도 생길 수 있는데 눈물이 잘 나지 않아 눈이 쉽게 건조하고 뻑뻑해지며, 눈꺼풀 아래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까칠까칠한 느낌이 들게 된다. 또한 눈이 충혈되고 가려우며, 눈부심 등의 증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증상 때문에 전신에 피로감을 느끼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방치하지 말고 바로 병원에서 진단부터 받아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쇼그렌증후군은 이처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오지만 그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요소와 함께 호르몬,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지는 정리가 돼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9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40대 이후 중년 여성에게 잘 발생하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류마티스 관절염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중 약 15%가 쇼그렌증후군을 함께 겪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입 안이 건조하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쇼그렌증후군도 의심해야 한다.

쇼그렌증후군은 흔히 겪는 질병임에도 이를 많이 알지 못하는 점이 문제다. 구강건조증으로 인한 다양한 구강문제를 호소하는 일반인이 본인의 상태를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며, 추후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성환 교수는 “쇼그렌증후군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으로 대부분 증상이 있어도 입이 심하게 마른다고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가 늦어져 침샘이 파괴되는 경우 되돌릴 수 없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며 “구강이나 안구에 심한 건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침샘 부위가 붓고 아프면서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면 류마티스내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쇼그렌증후군의 질환 진단은 안구 및 구강 건조증상 검사, 침샘 조직검사, 침샘 분비검사, 혈청 내 자가항체 검사 등을 하게 되며 이 검사결과들을 종합하여 진단을 내리게 된다.

안타깝게도 현재 쇼그렌증후군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박성환 교수는 “치료를 통해 건조 증상을 완화시키고 침샘이 파괴되지 않도록 하면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구강·안구건조증이 심할 경우 침과 눈물 생성을 자극하고 자연스러운 분비를 도와주는 필로카르핀 제제를 복용하면 건조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무설탕 껌이나 사탕으로 침 생산을 자극해 주면 구강건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안구건조증의 경우에는 눈에 인공눈물을 정기적으로 넣어주고 눈을 장시간 쓰는 일을 할 때 의식적으로 자주 깜빡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가끔 쇼그렌증후군으로 새로 진단받은 환자들 중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믿고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환우회인 한국쇼그렌증후군협회 최경석 회장은 “인터넷상에서 쇼그렌증후군을 완치시킬 수 있다고 하는 치료법들은 알고 보면 허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문의와 상담해 개개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질환을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라고 말했다. 쇼그렌증후군과 치료법에 대해서는 한국쇼그렌증후군협회 홈페이지(www.sjogren.or.kr)를 방문하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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