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상현실(VR) 헤드셋은 무겁고 비싸다? 작년까지는 그랬지만 올해는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갤럭시 S7 예약판매 고객에게 ‘기어 VR’를 무료로 제공했다.
#2. 더 싼 VR 헤드셋도 있다. 구글이 종이 재질로 만든 카드보드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1월 ‘NYT VR’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면서 100만 개의 구글 카드보드를 무료로 배포한 데 이어 올해 3월 추가로 30만 개를 배포했다. 구글은 소비자가 직접 제작할 수 있도록 카드보드 설계도를 공개하기까지 했다.
#3. 삼성전자와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 뉴욕타임스와 같은 미디어기업 뿐만이 아니다. 맥도날드는 올해 3월 해피밀 세트의 포장을 VR 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해피고글’을 선보였다. 코카콜라도 포장박스를 카드보드로 재사용하는 기술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VR 춘추전국시대다. 뉴욕타임스의 사례에서 보듯 저널리즘의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VR 저널리즘은 지난달 12일부터 사흘간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2016년 세계편집인포럼(WEF) 및 세계뉴스미디어총회’에서도 주요 의제가 됐다.
●“VR은 차세대 플랫폼”
‘VR 대세론’에 불을 지핀 사람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다. 그는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VR은 차세대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저커버그의 이 말은 미디어 관계자들의 모임인 WEF에서도 여러 차례 인용됐다. 미국의 VR 스타트업인 햅틱사의 창업자 데니즈 에르구렐은 2014년 페이스북이 VR 스타트업인 오큘러스를 23억 달러(약 2조5000억 원)에 인수한 것을 VR 대중화의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에르구렐은 “VR은 2020년까지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2025년까지 전체 VR 비디오 시장이 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EF에서는 햅틱사 외에 넥스트VR과 같은 미국의 유망 스타트업 관계자들도 주제 발표에 나섰다. 자신을 ‘VR 전도사(Evangelist)’로 소개한 헬렌 시투 넥스트VR 홍보담당자는 “실시간 스포츠 VR 중계 시장은 매우 유망한 시장”이라며 “VR 중계는 몰입 효과가 커서 중계과정에서의 광고 노출 효과도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P통신에서 VR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는 네이선 그리피스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같은 헤드셋 장비를 이용한 VR 콘텐츠 시청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며 “이런 추세에 맞춰 AP도 VR을 통한 뉴스 콘텐츠 제작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극복해야 할 4가지 난관
WEF에서 ‘VR 전도사’들의 낙관론만 오갔던 것은 아니다. 모바일 시대에서 동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고, 특히 젊은 미디어수용자를 사로잡기 위한 수단으로 VR 비디오가 주목받고 있지만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난관이 적잖다는 지적도 나왔다. WEF는 영국 코벤트리대 사라 존스 교수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VR 대중화의 4가지 걸림돌을 소개했다.
먼저 VR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꼽혔다. 질 낮은 콘텐츠에 대한 ‘나쁜 첫 경험’이 VR 대중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 헤드셋과 같은 VR 기기의 기술적 장벽도 문제로 지적됐다. VR 기기의 발전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VR 영상을 본 상당수 시청자가 여전히 멀미 증세(motion sickness)를 호소하고 있다.
VR 콘텐츠는 몰입감이 특징인 반면 시청자에게 ‘무언가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유발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360도 영상의 경우 모든 것을 봐야 한다는 강박을 부를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법적, 윤리적 문제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2차원(2D) 영상과 달리 360도 영상은 전방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촬영되는 만큼 명예훼손이나 초상권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WEF는 “VR이 저널리즘 영역에서 새로운 스토리텔링 수단이 될지, VR에 대한 환상만 더 확산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