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영준]황금알 낳는 표준특허에 주목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5일 03시 00분


김영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김영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술 혁신을 위한 무한 경쟁에서, 진정한 승리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이 되는 것이다. 기술 표준을 통해 기업은 시장 우위를 선점할 기회와 함께 탄탄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기술 표준으로 보장받는 지식재산이 바로 표준특허다. 바야흐로 표준특허가 전 산업에 걸쳐 광맥으로 부상한 것이다.

표준특허는 기존 산업의 판도를 뒤집거나 한 국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가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파급력이 크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의 제조사들은 퀄컴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무선통신 기술의 패권이 CDMA로 전환되면서 삼성과 LG는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갔고 글로벌 최강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표준특허 세계 최대 보유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스웨덴 통신장비 기업 에릭손은 2015년 특허 라이선싱으로 발생한 매출만 약 2조 원에 이른다. 무명의 국내 연구소들도 기술 변혁과 시장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 기술 표준을 선제적으로 적용하고 표준특허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최근 특허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국제표준특허 지원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우수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대학 등이 고부가가치 표준특허를 확보해 글로벌 진출을 하는 것을 돕자는 취지의 ‘표준특허 창출전략’을 공표하기도 했다. 이 전략의 수행에 따라 우리나라는 2011년 300건에서 2015년 782건으로 보유 표준특허 수가 증가했으며, 독일을 넘어 세계 5위의 표준특허 보유국에 올랐다. 특허청은 올해 지원 규모를 28억6000만 원으로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표준특허 지원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표준특허 강국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기업이 표준특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기업은 표준특허를 얻기까지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해야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입을 모으는 에릭손의 최근 연간 R&D 투자규모가 약 5조 원 수준이었다. 정부에서나 민간에서나 표준특허 획득 시 강력한 직무발명 보상을 실시해 연구자들의 표준특허 확보 열망을 고취시켜야 한다.

우리나라가 표준특허 1위 국가로 거듭나기를 소망해본다.

김영준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술 혁신#표준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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