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섭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앞으로 50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과학계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벌써 쉰 살이 됐네요. 이제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할 시기지요. 무엇보다 과학계의 자생력을 길러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들의 총본산이다. 학회, 정부 출연 연구기관 등 이공계 전 분야에 걸쳐 단체 회원이 590개나 된다. 회원은 50만여 명에 이른다. 과총의 50세 생일을 맞아 본부가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5일 오후 이부섭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경쟁력 있는 과학계”를 강조했다.
그는 “운 좋게 임기 중에 과총 50주년을 치르게 됐다”며 “8개월 정도 남은 임기 동안 과학기술계가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과총은 예산의 일정 부분을 복권기금 등을 통해 정부에서 지원받아 충당해 왔다. 하지만 해마다 예산 비축분이 줄어들고 있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다른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회장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과학기술신탁특별법 제정이다. 이 법이 마련되면 일정 예산을 종자돈으로 예탁하고 그 수익금을 예산으로 쓸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계획대로 된다면 과총은 이를 통해 민간기금을 유치할 수 있고, 젊은 과학자 지원 사업을 비롯해 직접적인 연구 지원 등 활동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이 같은 형태로 연구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20대 국회에 건의하는 등 입법이 가능하도록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총 본부가 있는 과학기술회관은 1976년 본관이 건립된 뒤 1985년 별관이, 1995년에는 신관이 완공됐다. 과학기술회관은 과총의 단체 회원인 학회 사무국이 100개 이상 입주해 있는 등 과학기술인 교류의 장이다. 과총은 낡은 본관을 지상 11층, 지하 5층 규모의 ‘과학기술인 복지콤플렉스’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는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과학기술인들의 은퇴 후 삶을 지원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인 ‘사이언스 빌리지’ 건축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인 복지콤플렉스는 2017년 하반기에 준공될 것”이라며 “갖은 어려움 끝에 가장 어려운 관문인 건축 허가를 마무리지은 만큼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미래 과학계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양질의 과학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총은 지난해부터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함께 전국 유치원에 매년 5000만 원 상당의 태양광 수소 자동차 등 과학실험 키트를 보급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과총이 국내 과학기술계의 진정한 대변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최근 국방부의 이공계 병역특례제도 폐지 추진 등 과학기술계 관련 현안에서도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결집할 수 있도록 과총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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