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美 한국인 과학자, ‘사이언스’에 공개… 금으로 만든 뼈에 고무 피부 씌워
쥐의 심장근육세포 20만 개 이식… 빛 파장 조절해 로봇 움직임 조정
작은 가오리 한 마리가 푸른빛을 따라 웨이브를 그리며 유유히 물속을 누빈다. 금으로 만든 단단한 뼈, 쥐의 심장근육세포로 이뤄진 탄탄한 근육, 고무로 만든 부드러운 피부까지. 흡사 진짜 가오리처럼 헤엄치는 이 녀석은 ‘가오리 로봇’이다. 살아있는 동물세포를 금속, 고무 등에 결합시켰다는 점에서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으로 볼 수 있다.
가오리 로봇을 만든 주인공은 재미 한국인 과학자인 박성진 미국 하버드대 위스생물공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다. 박 연구원은 최정우 서강대 교수팀,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으로 가오리를 모방한 가오리 로봇을 개발해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8일자에 처음 공개했다.
가오리는 납작한 몸통에 긴 꼬리가 달린 구조로 머리에서 꼬리까지 몸 전체를 파도 모양으로 움직이며 헤엄친다. 이동 속도가 매우 빠르고 에너지 효율도 높다. 가오리 로봇의 크기는 실제 가오리의 10분의 1 정도로 무게는 10g, 몸통 너비는 약 16mm다. 10원짜리 동전(18mm)보다 작다. 뼈대는 실제 가오리와 동일하다. 가오리 로봇의 핵심은 근육을 이루는 쥐의 심장근육세포다. 가오리 로봇 한 마리에 심장근육세포 20만 개가 들어갔다. 연구진은 머리 부분에 위치한 심장근육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광(光) 활성을 띠도록 만들었다. 청색광을 쪼이면 전기신호가 생기면서 근육이 수축한다. 별도의 동력원 없이 근육만 이용해 움직이는 원리다.
박 연구원은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머리에서 시작된 전기신호가 심장근육세포를 따라 몸 전체로 전파된다”며 “근육이 순차적으로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고 가오리 로봇은 웨이브를 그리며 헤엄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가오리 로봇은 장애물을 피해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다. 평균 초속 1.5mm, 최대 초속 3.2mm로 몸통의 15배가 넘는 250mm 이동 기록을 갖고 있다. 이는 실제 가오리의 수영 실력의 63% 수준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바이오하이브리드 로봇 중에서는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
가오리 로봇은 인공심장을 만들기 위해 개발됐다. 박 연구원은 “스스로 뛰는 인공심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심장근육세포뿐만 아니라 신경세포까지 함께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감각정보를 스스로 처리하고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인공 생명체를 만들어 수중 탐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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