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대연]‘결핵 1위’ 오명 벗으려면 치료비 지원 크게 늘리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8일 03시 00분


김대연 국립마산병원장
김대연 국립마산병원장
정부가 결핵 퇴치를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 몇 년간 결핵 제로(zero) 캠페인을 진행한 데 이어 이달부터 결핵 치료제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10%에서 무료로 낮추는 정책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감염병 대책 콘퍼런스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결핵 퇴치 정책은 참으로 반갑다. 그동안 국립결핵병원에서 결핵 환자들을 만나 봤더니 결핵은 후진국 병이라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이가 꽤 많았다. 하지만 결핵은 여전히 한 해 약 3만5000명에게서 발병하고 약 2300명이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에서 결핵 발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결핵 문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 정부의 노력이 제 빛을 발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다.

결핵 퇴치에는 다제내성 결핵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제내성 결핵은 환자 1명이 1년에 10∼15명을 감염시킬 정도로 감염 위험이 높다. 그래서 강제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가 수두룩하다. 치료도 어려워 평생 질병을 달고 살거나 결국 사망하는 환자도 많다. 다제내성 환자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치료제 복용이 필수다.

이를 위해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최근 기존 치료제와 다른 새로운 기전의 다제내성 결핵 신약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부터 보험도 적용되고 있다. 식약처의 빠른 승인은 정부도 다제내성 결핵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신약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결핵을 진료하는 국공립 병원에서 신약을 처방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적이다. 실제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필요한 신약 처방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적극적인 결핵 퇴치를 위해선 환자의 본임부담금을 없애는 정책 시행과 함께 실질적 처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공립 병원의 예산 확충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처방 이후의 보험 지원 삭감이다. 보험 적용 이후에 다제내성 결핵 신약에 대한 보험 지원 삭감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효과를 잘 보고 있던 약 복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데, 그에 따라 신약에마저 내성이 생기거나 그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광범위 약제내성 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제내성 결핵균이 퍼져 제2의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경우, 국가 감염병 관리 차원에서도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전염성이 큰 감염병일수록 환자 한 명이 아닌 사회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 결핵 퇴치 노력이 빛을 보려면 지자체, 의료진, 국민 모두가 결핵에 관심을 갖고 다 같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결핵이 퇴치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김대연 국립마산병원장
#정부#결핵#결핵 퇴치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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