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공의 부적절한 의료행위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저녁 근무 전 음주… 특정 제약사에 유리한 처방…
이영미 고려대 의대 교수팀… 전공의 20명 조사 48건 사례 수집

저녁 근무를 앞두고 술을 마시거나 특정 제약사에 유리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등 전공의의 부적절한 의료 행위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미 고려대 의대 의인문학교실 교수팀은 서울의 한 대학 부속병원 전공의 2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총 48건의 부적절한 의료 행위 사례를 수집했고, 이를 8개의 범주로 분류해 원인을 분석했다. 인터뷰는 전공의 수련 중 본인이 저지른 비윤리적 행위와 동료의 행위를 목격한 경험 등을 이야기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논문은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 ‘의학 교육(Teaching and Learning in Medicine)’의 ‘2015년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적절한 의료 행위는 △부적절한 진료 △근무 윤리 위반 △이익 갈등 관련 잘못된 행동 △환자에 대해 정직하지 못함 △환자의 비밀 누설 △환자에 대한 예의 부족 △동료에 대한 존중 부족 △연구 윤리 위반 등으로 나뉜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부적절한 진료’는 환자의 상태 확인 등 주치의로서 기본적인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과 과잉 진료, 안전하지 않은 시술 시행 등을 의미한다. ‘근무 윤리 위반’은 저녁 근무 전 음주와 근무 중 병원 이탈을, ‘이익 갈등 관련 잘못된 행동’은 비타민처럼 환자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약품을 처방해 특정 제약사에 이득을 가져다준 것 등을 뜻한다.

또 병원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에서 환자의 개인정보를 이야기하고, 환자 기록을 잘못 보관하며, 환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거나 환자의 사회적 지위나 부에 따라 차별 진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배의 작은 실수에 대해 인권 침해 수준의 폭언과 폭행을 하는 등 환자뿐 아니라 동료에 대한 부적절한 행위도 여전히 벌어졌고, 데이터를 조작하고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을 저자에 포함시키는 등 연구 윤리를 위반한 행위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부적절한 의료 행위가 전공의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즉,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수직적 조직문화 등에 기인한다는 것. 이영미 교수는 “예방을 위해선 윤리적 갈등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 강령 마련,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윤리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조직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이영미 고려대 의대 교수팀#전공의#부적절 의료행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